간지럼 태우기, 왜 타인이 해야만 느끼는 걸까?
생리학점 관점에서의 간지럼
간지럽히면 웃음을 못참는 이유에 대하여
[객원 에디터 4기 / 박서연 기자] 누군가가 간지럼을 태우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반응이 같지는 않으며, 어떤 사람들은 표정을 찡그리며 짜증을 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간지럼의 원인은 무엇이고 왜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것일까?
자기 자신이 간지럽히면 간지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며, 오로지 타인에 의해서만 간지럼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원리에 대해서 정확히 발표된 바는 없지만, 왜 스스로에게 간지럼을 태울 수 없는지에 대해서는 자기 자신을 간지럽히면 어떤 부위를 어떻게 자극할 것인지 스스로가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자기가 자기 스스로를 놀라게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논리인 것이다. 과학적으로 접근하자면, 간지럼은 상대가 자신의 어느 부위를 어떻게 자극할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신경계의 혼란으로 흥분하면서 느끼게 된다.
생리학적인 관점에서 간지럼이라는 감각은 하나의 분리된 감각이 아니라 심리적인 반응의 일종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만약 간지럼이 자체적인 수용체를 가진 하나의 감각이었다면 스스로에게도 간지럼을 태울 수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는 통증 반응을 살펴보면 더욱 명확한데 통증이 간지럼과는 달리 스스로에게 가해도 느껴질 수 있는 이유가 촉각 수용체가 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통증 반응과 간지럼은 명백히 다른 생리학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간지럼이 정확히 어떤 신경과학적인 기제로 인해 발생하는 반응인지는 아직도 확실히 밝혀진 바가 없다.
나아가서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간지럼을 느끼는 이유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간지럼을 잘 타는 부위들이 주요 혈관이 위치한 부위이고 이 부분은 부상을 입으면 위험한 급소이기 때문에 이곳에 자극이 가해지는 것을 피하게끔 하기 위해 간지럼을 잘 느끼도록 진화했다고 여겨지고 있다. 간지럼을 당하면 몸부림을 치며 손길에서 벗어나려는 이유도 이러한 반응이 진화론적으로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에서 비롯된 간지럼이라면, 타인이 간지럽혔을 때에 웃음이 아닌 방어 기제가 나와야 적절한 반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간지럽히는 사람이 상대방의 웃는 반응을 보고 더 신나서 더 심하게 간지럽히려고 드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서 이 가설은 상당히 모순적인 반응을 반박하지 못하는 설명이기 때문에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이런 불가사의한 간지럼에 대하여 독일 연구팀이 쥐의 뇌를 관찰해 간지럼과 웃음의 상관관계를 찾아낸 결과가 나타나기도 하였다. 쥐의 배와 등을 간지럽히면서 소리를 측정했더니, 귀가 간지럼을 탈 때마다 50킬로 헤르츠 영역의 짧은소리를 낸 것이다. 이 소리는 다른 쥐와 대화하거나 먹이를 줄 때 내는 일종의 웃음소리와 같았다. 이러한 행동을 반복하면서 뇌의 반응을 관찰한 연구진은 쥐가 소리를 낼 때 뇌의 ‘감각피질’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감각피질은 촉감이나 온도 등의 자극을 받아들이는데 간지럼이 뇌의 감각피질로 전달되면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면서 이에 대한 반응으로 소리를 내는 것이다. 또 간지럼을 태우지 않고 전류를 이용해 뇌의 감각피질만 자극해도 쥐가 웃음소리를 내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하였다.
웃음과는 다르게 간지럼은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우선 충분히 친밀한 대상에게 행했을 때 그 효과가 나타난다. 또한 간지럼을 고문으로 사용했었다는 역사적 정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엄청난 고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간지럼은 그 자극 자체가 즐거움을 준다기보다는 친밀한 사람으로부터 받는 스킨십에 의한 묘한 흥분감과 웃음으로 인한 엔도르핀 증가에서 쾌감을 얻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