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SCO 안보동맹에 사우디 가입… 美불안 야기
[객원 에디터 5기/국제부 전종환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 주도 경제·안보 협의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에 ‘부분 가입’을 하면서 중국의 중동 내 입지가 커질 것으로 전망이 되면서 미중패권 갈등 또한 심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SCO란?
중국 현대키워드 100에 따르면 상하이협력기구(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는 2001년 7월 14일 러시아, 중국,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6개국이 설립한 국제조직이다. 상호 신뢰와 선린우호 강화, 정치 • 경제 • 과학 • 기술 • 문화 • 교육 • 자원 • 교통 • 환경보호 등의 영역에서 협력 촉진, 지역 평화와 안정 그리고 안전보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사우디의 가입 시그널
사우디는 지난해부터 SCO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특히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2018년) 사건 이후 미국과 관계가 껄끄러워지면서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는 노골적으로 친중 성향을 드러냈다. 중국 역시 그간 앙숙 관계였던 사우디와 이란 간 관계 정상화를 주선하는 등 중동에서의 영향력 강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그간 중동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온 미국은 정작 중요한 변화의 순간엔 방관자가 됐다”며 중국이 새로운 권력자로 변신했다고 전했다.
사우디의 가입 결정
29일(현지 시각) 뉴스위크는 “사우디의 SCO 가입 결정은 지역 강대국을 중국과 러시아에 더 가깝게 만드는 중동 지역의 외교 이니셔티브 물결 속에서 이뤄졌다”며 “전통적으로 미국과의 관계가 지배해 온 이 지역에서 주요 세력 관계를 재조정하기 위한 최신 단계”라고 보도했다. 사우디 내각은 지난 28일 SCO 회원국에 가입하기로 했고, 부분 회원 자격을 얻어 대화 파트너 지위를 얻게 됐다. 이란에 이어 사우디까지 SCO에 합류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등에 맞서는 중국 중심의 세력권이 형성되게 됐다.
중국과 사우디의 경제관계
사우디와 중국의 경제적 관계도 최근 들어 공고해지고 있다. 중국은 사우디에서 가장 많은 석유를 들여온다. 2021년 중국과 사우디 간 무역액은 873억 달러(약 115조 5,000억 원)로, 이 중 원유 수입이 77%를 차지한다. 사우디가 수출하는 원유의 25%는 중국으로 향한다. 네옴 시티 프로젝트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사우디 정치 전문가 알리 알-심하여지는 뉴스위크에 “SCO는 회원국과 중국 간 관계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사우디가 중국이나 이란 같은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도 이익을 얻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우디의 다각화 전략은 미국이 남긴 격차를 메우려는 시도”라며 “페르시아만 석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국은 걸프 지역의 안정적인 현상 유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세계 강국”이라고 덧붙였다.
영향
사우디 등 걸프 지역 국가들이 중국과 관계 강화에 나서면서, 오랜 우방국인 미국의 역내 입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걸프 지역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서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외교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최근 동방으로 외교 전선을 확장하고 있다”며 이를 미국이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번 사우디의 SCO 합류 소식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또한, 사우디의 합류로 SCO의 영향력은 중동 지역으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SCO는 올해 5월 회원국 외무장관 회담도 개최할 예정이다. 외신들은 전통적으로 서방국 중심의 외교관계를 유지해 오던 사우디와 걸프 지역 국가들이 초강대국으로 급부상 중인 중국과 러시아에 주목하며 최근 외교 전선을 동방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중국의 사우디-이란 중재, 사우디의 SCO 가입 등이 중동과 미국 간 관계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킹스턴 대학의 사우디 외교 전문가인 아잠 알-슈다디는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가 양국에 정치, 문화, 경제적으로 중요하고 전략적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며 “중동의 안정과 그 국가의 경제적 번영은 미국이 개발 차원에서 신흥 경제에 참여할 수 있는 더 많은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뉴스위크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