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llustration by Yujin Jeon 2007(전유진) >
PET 플라스틱을 먹이로 섭취하는 코마모나스 박테리아
[객원 에디터 9기 / 김지수 기자] 미세플라스틱은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오염물질 중 하나로 꼽힌다. 대기, 해수, 담수, 토양, 퇴적물뿐만 아니라 농작물과 수산물 등 생물체 내부에서도 발견되고 있으며, 사실상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환경에 존재한다. 이 중에서도 우리가 흔히 ‘페트병’이라 부르는 음료수 병의 주재료인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는 전 세계 플라스틱 배출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며, 하수에 존재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약 50%가 이 PET에서 비롯된다.
특히 해양 생태계에서 PET 기반 미세플라스틱은 매우 심각한 위협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매년 약 1,2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고 있으며, 이는 1분마다 트럭 한 대 분량의 폐기물이 해양으로 버려지는 셈이다. 연안에 서식하는 많은 어류 및 해양 생물들은 이러한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해 섭취하게 되고, 이로 인해 알의 부화율 저하, 생식 능력 감퇴, 성장률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인간 역시 단순히 해산물 섭취를 피하는 것만으로는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완전히 피할 수 없다. 미세 플라스틱은 일반적으로 300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크기로, 먼지나 보풀처럼 매우 작아 물리적으로 걸러내기 어려우며, 공기나 수돗물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체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PET 플라스틱을 ‘먹이’로 삼는 특이한 미생물이 발견돼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하수구에 서식하는 코마모나스 테스토스테로니(Comamonas testosteroni) 박테리아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환경생화학자 루드밀라 아리스틸데(Ludmilla Aristilde) 박사 연구팀은 이 박테리아를 PET 조각이 포함된 물에 한 달간 배양한 뒤, 현미경을 통해 플라스틱 표면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PET 조각의 표면이 눈에 띄게 부서져 있었고, 물속에는 이전보다 약 3배 많은 PET 나노 조각들이 떠다니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는 코마모나스 박테리아가 PET를 나노미터(nm, 10억 분의 1m) 수준으로 분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연구진은 PET에 노출된 코마모나스 박테리아에서 특정 효소가 발현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해당 효소를 생성하는 유전자를 제거하자 박테리아는 플라스틱을 더 이상 분해하지 못했고, 반대로 이 유전자를 플라스틱 분해 능력이 없는 다른 미생물에 주입하자 PET을 분해하는 능력이 나타났다. 이렇게 분해된 나노플라스틱은 박테리아가 분비한 효소에 의해 다시 단량체(Monomer) 수준으로 분해되며, 박테리아는 이 과정에서 얻은 탄소 분자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러한 발견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독일 그라이프스발트 대학교 생화학자 렌 웨이(Ren Wei) 교수는 “이 박테리아의 분해 속도로는 매년 배출되는 방대한 양의 PET를 감당할 수 없다”며, “코마모나스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일종의 비상조치로 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플라스틱 사용량 자체를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미국 오리건주 리드대학의 미생물학자 제이 멜리스(Jay Mellies) 교수는 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이를 바라본다. 그는 “플라스틱 오염은 현재 매우 심각한 수준이며, 효과가 있는 방법이라면 무엇이든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다. 수십 년간 여러 미생물들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능력을 보여왔지만, 그중 어떤 것도 코마모나스 박테리아만큼 빠른 분해 속도를 보인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현재 페트병의 평균 사용 시간은 약 4시간에 불과하지만, 자연적으로 완전히 분해되기까지는 무려 450년이 걸린다. 이는 1967년에 처음 개발된 페트병이 여전히 폐기되지 않은 채, 지구 어딘가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코마모나스 박테리아를 실제 환경에서 활용하기에는 아직 기술적 한계가 있지만, 이처럼 플라스틱을 먹이로 삼는 박테리아, 곰팡이, 애벌레 등의 생물체들이 속속 발견되며 생물 기반 해법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더 정교한 미생물 연구와 생물학적 응용 기술의 발전이 뒷받침된다면, 점차 누적되고 있는 미세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