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10기 / 최도영 기자] 마블의 스파이더맨이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를 보면, 주인공이 여러 평행우주를 오가며 다른 현실을 경험한다. 그렇다면 이는 영화적 허용이 만든 픽션일 뿐일까, 아니면 실제로 가능한 개념일까?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평행우주가 성립 가능한지 연구해왔다. 평행우주는 주로 양자역학과 연결되는데, 양자 세계에서는 전자나 광자 같은 입자가 여러 상태에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이라는 성질을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를 관측하는 순간, 여러 가능성 중 단 하나만 보이게 된다.
이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이 존재한다.
첫째, 닐스 보어의 코펜하겐 해석은 관측 순간 여러 가능성을 가진 파동함수가 ‘붕괴’하여 그중 하나가 선택된다고 본다.
둘째, 휴 에버렛의 다세계 해석(Many-worlds theory) 은 파동함수가 붕괴하지 않으며, 관측 순간 가능한 모든 결과가 실제로 일어나지만 각각 다른 세계에서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 해석이 사실이라 해도, 우리는 다른 세계로 이동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없다. 그럼에도 다세계 해석은 양자역학의 수학 구조를 깔끔하게 유지한다는 이유로 많은 물리학자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비슷한 이론으로 끈 이론(String theory)이 있다. 끈 이론에서는 전자나 쿼크 같은 기본 입자들이 사실은 작은 ‘끈’이며, 이 끈이 어떤 방식으로 진동하느냐에 따라 입자의 종류가 결정된다고 본다. 이 진동이 가능하려면 11차원이 필요하며, 우리가 느끼는 4차원(3차원 공간과 시간) 외의 나머지 차원들은 너무 작아 관측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수학적으로는 매우 아름다운 이론이지만, 끈 자체가 너무 작아 현재 기술로는 관측할 방법이 없다.
끈 이론 이전에는 버블 우주 이론이 제기되었다. 빅뱅 직전 우주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급격히 팽창했는데, 이를 유도한 *인플레이션 장(inflation field)*이 갑자기 꺼지면서 팽창이 멈추고, 빅뱅 상태가 되어 별, 은하, 행성이 존재하는 우주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장이 멈추는 시점이 공간마다 다르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고 있을 수 있다.
물리학자 Max Tegmark는 다양한 평행우주 이론을 네 단계로 정리했다.
레벨 1: 공간이 무한하다면 같은 패턴과 구조는 반드시 반복된다. 우리와 비슷한 우주가 존재할 수 있지만, 너무 멀어 절대 접촉할 수 없다.
레벨 2: 서로 다른 진공 상태와 차원 수를 가지는 여러 ‘버블 우주’가 존재한다. 대부분은 암흑에너지나 중력 조건이 맞지 않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고, 우리는 우연히 생명체가 존재 가능한 버블 속에 있는 것이다.
레벨 3: 다세계 해석처럼 모든 선택은 각각의 세계에서 모두 일어나고, 우리는 그중 한 경로만 경험한다.
레벨 4: 지금까지의 우주와 달리, 완전히 다른 수학적 구조를 가진 우주가 존재한다는 개념이다. 현재로선 매우 추상적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우주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나와 똑같은 사람’이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수학적으로는 거의 0에 가깝다. 이유는 지금까지 만들어졌다고 추정되는 우주의 수보다, 한 인간(특히 ‘나’)을 구성해온 모든 입자의 조합 가능성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즉, 평행 우주 속에 ‘다른 선택을 한 나’는 있을 수 있지만, 완전히 동일한 나는 존재하기 어렵다.
또 다른 새로운 가설로는 거울 우주(mirror universe)가 있다. 우리 우주가 시간의 +방향으로 팽창했다면, 거울 우주는 반대 방향(-방향)으로 팽창한다. 이 우주에서는 입자와 반입자가 뒤바뀌고, 모든 과정이 반대로 흘러간다. 예를 들어, 우리가 계란을 깨서 후라이로 만든다면, 거울 우주에서는 계란이 다시 붙어 껍질이 생성되어 냉장고로 돌아가는 식일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평행우주 이론은 물리적으로나 수학적으로 흥미롭지만, 현재로서는 검증하기 어렵다.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는 단 하나뿐이며, 오캄의 면도날 원칙에 따라 불필요하게 복잡한 가설을 세우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끝없이 확장된 우주를 바라보면, ‘다른 세계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라는 상상을 해보는 것 또한 과학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사고 실험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