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패션 이대로는 괜찮을까?
< Illustration by Jessica Kim 2009(김지우) >
[객원 에디터 9기 / 박나경 기자] 패스트 패션이란 최신 유행을 반영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패션이다. 패스트 패션은 2000년대 유럽에서부터 시작하여 전 세계로 퍼졌으며, 대표 브랜드로는 H&M, ZARA, SPAO 등 가격대가 비교적 저렴한 브랜드들이 있다. 일반 의류업체는 1년에 4~5번 신상품이 나오지만, 패스트 패션 업체들은 1~2주 간격으로 신상품을 낸다.
이러한 브랜드들은 물가 상승 속에서 최신 트렌드 의류를 착용하고 싶은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옷을 구매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큰돈을 투자하지 않고 옷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구매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 주요 이유는 빠르게 변하는 유행에 맞춰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생산 및 공급하는 구조와 과도한 마케팅, 그리고 소비를 유발하는 심리적 요인에 있다. 생산자들은 저임금 노동자를 활용해 생산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고,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생산을 진행해 인건비를 최소화시킨다. 또한 폴리에스터와 같은 합성 섬유의 사용은 생산 속도를 높이며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단기적인 관점만을 고려한 이러한 생산 방식은 생산부터 폐기까지 막대한 환경오염을 유발하며, 기후 변화 가속화와 생태계 파괴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주목된다.
원료 생산, 가공, 운송, 폐기 등 모든 단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하며, 특히 생산 단계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염색 및 가공 과정에서 사용되는 염료와 화학물질은 폐수로 배출되어 전 세계 폐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수질 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면화 재배 시 사용되는 물과 농약은 사막화와 같은 문제를 야기하고 독성 물질을 토양으로 유입시킨다. 또한 의류의 주재료로 사용되는 폴리에스터와 같은 합성섬유는 세탁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배출해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키며, 결국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행에 맞춰 쉽게 사고 버려지는 옷들은 주로 매립되는데, 이들이 자연 분해되는 데에는 대략 2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며, 이 과정에서 메탄가스와 온실가스가 배출돼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전 세계는 매년 약 800억 벌의 새로운 의류를 소비하며, 이는 20년 전보다 400% 증가한 소비량이라고 한다. 구매가 증가하는 만큼 그에 따른 폐기물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타 브랜드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제공하는 만큼 품질이 떨어져 옷을 빠르게 버리고 다시 구매하는 등 반복적인 소비 습관을 보이고 있다.
점점 늘어나는 소비량과 관심으로 국내 패션 시장 규모는 47.1조 원으로 성장했다. 환경부의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전국에서 발생한 폐의류 양은 약 10만 톤에 달한다.
패스트 패션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슬로 패션이 제시된다. 슬로 패션은 패션을 느리고 천천히 즐기자는 개념으로, 윤리적 가치를 담음과 동시에 친환경적인 패션을 추구한다. 이는 소비자들이 옷을 오래 입고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등 생산 과정에서 환경을 고려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이 실천할 수 있는 태도도 다양하다. 첫째, 옷을 구매할 때 무작정 유행을 따르기보다 개인의 취향을 고려해 선택하고 오래 입는 것이다. 둘째, 옷이 망가졌을 경우 수선이나 리폼을 통해 헌옷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입지 않는 옷은 중고 거래나 플리마켓 등을 활용해 옷의 사용 기간을 늘릴 수 있다.
H&M은 패스트 패션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리사이클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루프(Loop)’는 소비자가 더 이상 입지 않는 의류를 수거해 세탁과 분류 과정을 거친 뒤 재활용 섬유로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의류 폐기물을 줄이고 자원 순환을 촉진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