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나오는 폭로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10기 / 신한빈 기자] 최근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 지역에서 다시 무력 충돌이 발생하며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두 나라는 불과 두 달 전 휴전 협정을 맺었지만, 다시 총성과 포격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분쟁으로 인해 국경 일대에 살던 수만 명의 주민들이 집을 떠나 대피했으며, 휴전 회담이 열렸음에도 교전이 멈추지 않으면서 이번 충돌이 단순한 우발적 사고가 아님을 보여준다.
이번 분쟁의 직접적인 원인은 ‘누가 먼저 공격했는가’를 둘러싼 책임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태국 정부는 지난 7일 캄보디아군이 자국 영토로 진입해 도로 공사를 진행하던 태국군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태국군 2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캄보디아 정부는 태국군이 먼저 공격했다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이후 태국군은 자위권을 이유로 F-16 전투기까지 동원해 캄보디아의 군사 시설을 공격했으며, 이에 대해 캄보디아는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양측 발표에 따르면 태국에서는 군인 1명이 사망하고 총 18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캄보디아에서는 민간인 6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을 입었다. 일부 보도에서는 실제 사상자가 더 많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피해 규모는 계속해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번 무력 충돌의 여파로 태국 정부는 국경 지역의 학교 650여 곳에 휴교령을 내렸고, 수백 킬로미터에 이르는 국경 지대에서 주민들이 대거 대피했다. 임시 대피소에 머무는 주민들은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채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분쟁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오랜 역사적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1907년 프랑스 식민지 시절 설정된 국경선을 두고 100년 넘게 분쟁을 이어왔다. 특히 분쟁의 상징적 장소로 꼽히는 곳은 ‘프레아 비히어르 사원’으로, 크메르 제국이 건설한 힌두교 유적이다. 현재는 캄보디아 영토에 속해 있지만, 접근로는 태국을 거쳐야 한다. 국제사법재판소는 1962년 사원의 소유권을 캄보디아로 인정했으나, 주변 지역의 귀속 문제는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2008년 캄보디아가 프레아 비히어르 사원을 단독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자 태국이 강하게 반발했고, 이후 이 지역에서는 여러 차례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 하나의 문화유산이 국경 문제와 국민들의 민족 감정을 자극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양국 간 긴장은 누적돼 왔다. 2월에는 태국군이 분쟁 지역에서 캄보디아 관광객들이 자국 국가를 부르는 것을 제지하며 갈등을 빚었고, 5월에는 총격 사건으로 캄보디아 군인 1명이 사망했다. 이러한 사건들이 잇따르면서 양국 간 불신은 깊어졌고, 결국 7월 국경에서는 본격적인 무력 충돌로 이어졌다.
정치적 요인 역시 갈등을 키웠다.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와 훈센 캄보디아 전 총리의 통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태국 사회가 크게 흔들렸다. 해당 통화에서 총리가 자국 군을 비판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자 군부와 보수 세력이 강하게 반발했고, 총리의 지지율도 급격히 하락했다. 이로 인해 태국 정부가 국경 문제에서 보다 강경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결국 태국과 캄보디아의 분쟁은 단순한 국경 충돌을 넘어, 식민지 시절부터 이어진 국경 문제와 민족 감정, 최근의 정치적 불안, 국제 정세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로 평가된다. 휴전 회담이 열렸음에도 교전이 계속되는 현실은 양국 간 불신의 깊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반복되는 충돌 속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다름 아닌 국경 지역 주민들이다. 실질적인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 한, 분쟁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더라도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