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서울로 향하는 청년들, 일자리와 외로움 사이에서 갈등하다
[객원 에디터 9기 / 정한나 기자] 많은 지방거주 청년들이 익숙했던 고향, 가족이 있는 도시를 떠나 수도권으로 향한다. 더 나은 일자리, 더 많은 기회를 찾기 위해서이다. 통계청의 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약 60만 명의 청년이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수도권에는 1000대 기업의 73.6%, 전체 사업체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어 청년들은 이곳이야말로 성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 여긴다. 특히 20대 청년의 취업률은 수도권 거주자가 지방에 남은 동료들보다 약 6% 포인트 높으며, 평균 연간 소득은 약 700만 원가량 더 많다.
이 같은 통계는 분명 매력적이다. 지방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찾거나, 대기업 본사나 유망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수도권은 ‘꿈의 무대’처럼 보인다. 하지만 높은 소득이 곧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수도권에서의 삶은 높은 집값과 생활비, 긴 출퇴근 시간으로 이어진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청년이주 실태조사(2023)’에 따르면, 수도권으로 이주한 청년의 주거 관련 부채는 비수도권 청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많고, 평균 부채는 약 1,700만 원 더 높다.
출근에만 하루 1~2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통근 시간이 30분을 넘는 경우가 60%에 이르고, 1시간 이상 걸리는 청년도 20%를 넘는다. 이처럼 빡빡한 일과 속에서 동료와 친분을 쌓고, 취미를 즐길 여유는 점점 사라진다. 수입은 늘었지만 일상은 훨씬 더 팍팍해졌다는 목소리도 많다. 월세, 교통비, 식비 등으로 생활비 부담이 크고, 퇴근 후에는 피로로 인해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여가를 즐기기 어렵다. 주말에도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2023년 청년 삶의 질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청년의 소득은 지방보다 높지만 삶의 만족도는 오히려 낮고, 번아웃 경험률은 지방 청년에 비해 12% 포인트 높았다. ‘자신의 건강 상태가 좋다’고 응답한 비율도 지방 청년보다 6% 낮았으며, ‘나쁘다’고 답한 비율은 두 배 가까이 높았다. 더 많은 기회가 몰려 있는 수도권에서조차 청년들은 피로감과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편,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고 고향에 남은 청년들도 불안을 느끼고 있다.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은 ‘공무원 시험 외엔 선택지가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청년들은 수도권에 가면 외롭고, 지방에 남으면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한편, 청년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은 점차 활력을 잃어가는 경향이 있다. 인구 감소는 기업과 문화 활동의 축소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지역 전체의 쇠퇴를 가속할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청년 월세 지원, 정착지원금, 공공임대주택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정보 접근성 부족과 까다로운 신청 절차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체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일자리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수입과 더불어 사람들과의 교류 및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이다. 예술 공간, 소규모 창업 기회, 청년 커뮤니티 등 취업 기회 외의 다양한 요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방의 활력을 회복하려면 청년들이 머무르고 싶어지는 이유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도 의미 있고 만족스러운 삶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