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NA 백신의 성취와 정치적 논란
기술 원리와 안전성 논쟁
미래 감염병 대응과 암 치료 혁신
과학과 정치 사이의 선택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하지후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수천만 명의 생명을 구한 mRNA 백신 기술이 불과 몇 년 만에 논란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가 만든 코로나19 백신은 전 세계적으로 130억 회 이상 접종되며 인류가 겪은 최악의 전염병을 막아낸 주인공이었다. 실제로 한 연구는 mRNA 백신이 첫 해에만 약 2천만 명의 생명을 구했을 것이라 추정했다. 이기술은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으로도 인정받았다. 그러나 2025년 현재 미국 보수 정치권에서는 이 기술을 전면 금지하거나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공화당 소속 의원들 중 일부는 코로나19 백신이 과속 승인된 탓에 장기적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아예 FDA 승인을 취소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플로리다와 아이다호 같은 주에서는 mRNA 접종을 제한하거나 형사 처벌을 검토하는 법안까지 논의되고 있으며 일부 지방 보건 당국은 아예 자체적으로 접종을 중단했다. 여론조사에서도 공화당 지지층 40%가 “코로나19보다 백신으로 더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과학적으로 사실이 아니지만 정치적 불신을 보여주는 사례다.
아이러니한 점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을 재임 시절 최대 업적 중 하나로 홍보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2017년 취임 직후 실리콘밸리 거물들을 모아 ‘스타게이트’라는 거대한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맞춤형 mRNA 암 백신 개발을 미래 혁신으로 제시했었다. 환자 개개인의 혈액을 분석해 불과 48시간 만에 개인 전용 백신을 만드는 비전은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불과 몇 년 만에 같은 진영에서 mRNA 기술을 불신하며 금지까지 논의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보건장관에 임명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오래전부터 대표적인 백신 회의론자로 알려져 취임 직후 mRNA 연구 지원을 축소하고 정부 계약을 재검토하면서 과학계의 우려를 무너트렸다.
사실 mRNA는 인체 세포에서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유전 물질로 DNA의 정보를 단백질 합성으로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백신에 이 기술을 적용하면 병원체의 일부 단백질 설계도를 세포에 전달해 우리 몸이 직접 항원을 만들게 하고 면역계는 이를 학습해 실제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빠르게 공격한다. 기존의 불활성화 백신처럼 병원체를 직접 다루지 않아 안전성이 높고 유전자 정보만 있으면 변이에 맞춰 설계를 빠르게 바꿀 수 있어 개발 속도도 빠르다. 코로나19 백신이 불과 1년 만에 실전에 투입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었다.
안전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데이터는 mRNA 백신의 이점을 보여준다. FDA는 코로나19 mRNA 백신이 안전하다고 여러 차례 확인했으며 심각한 이상 반응은 접종 20만 건당 1건 미만으로 드물다. 젊은 남성에게 드물게 심근염·심막염이 발생했지만 대부분은 회복됐다. 반면 코로나19 감염 자체가 유발하는 심근염 위험은 백신보다 훨씬 높았다. 수십 년간 백신을 연구해 온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mRNA 백신이 DNA를 바꾼다거나 불임을 일으킨다”는 주장이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mRNA 연구는 코로나 이전부터 꾸준히 진행돼 1990년대에는 이미 쥐를 대상으로 한 mRNA 독감백신 연구가 있었고 2000년대 후반에는 암 치료용 임상시험도 진행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 데이터 부족과 빠른 도입 과정,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잘못된 정보 확산이 맞물리면서 불신이 커졌다. 일부에서는 소규모 연구 결과를 왜곡해 “백신 단백질이 700일 넘게 몸속에 남아 해를 끼친다”는 식으로 주장하기도 했지만 해당 연구는 검증되지 않았고 인과 관계도 입증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논란이 단순히 fringe 음모론자의 문제가 아니라 대중적 불신으로 확산되며 공중보건 정책을 위협한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이 불신이 코로나19에만 머무르지 않고 미래 감염병 대응과 암 치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전염병 전문가들은 만약 조류독감 같은 팬데믹이 다시 온다면 mRNA 백신이 가장 빠르고 현실적인 대응책이라고 강조한다. 기존 방식으로는 초기 대유행 시점에 필요한 물량을 제때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mRNA는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를 확보한 뒤 몇 주 만에 설계가 가능해 대량 생산에 유리하다. 그런데 정치적 이유로 mRNA 백신 사용을 금지한다면 다음 위기 때는 막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mRNA 기술은 암 치료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킬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모더나가 개발 중인 mRNA-4359 백신은 흑색종과 폐암 같은 진행성 암 환자에게 투여돼 일부 환자에서 종양이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새로운 종양도 나타나지 않는 긍정적 결과를 보였다. 맞춤형 개인 백신인 mRNA-4157(V940)은 면역항암제와 병용했을 때 재발 위험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는 임상 데이터가 나왔고 현재 3상 시험까지 진행되고 있다.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개발 중인 폐암용 백신 BNT116도 영국과 미국 등에서 임상이 진행 중이다. 영국 정부는 2030년까지 최대 1만 명의 환자에게 맞춤형 암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고 미국 역시 대규모 연구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성과들은 백신이 단순히 예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의 도구로도 쓰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암처럼 환자마다 유전적 특성이 다른 질병에는 맞춤형 접근이 핵심이다. 실제로 암 환자의 종양 샘플을 분석해 AI와 결합해 개인 전용 백신을 만드는 방식은 향후 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시도로 꼽힌다. 물론 제조 비용과 속도, 품질관리 문제는 여전히 도전 과제이지만 유전체 분석 기술이 빨라지고 비용이 낮아지는 만큼 해결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mRNA 백신을 둘러싼 최근의 논쟁은 과학적 사실과 정치적 판단이 충돌할 때 어떤 혼란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일부는 미지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더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한쪽은 검증된 효과마저 놓칠까 우려한다. 과학계는 근거 없는 공포가 새로운 의학적 성취를 막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당시 인류를 구한 기술이 앞으로 다가올 조류독감 같은 신종 감염병이나 난치 암 치료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냉정하고 균형 잡힌 판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위즈덤 네이처] 현대의학과 생명과학은 더 이상 별개의 분야가 아닙니다. 세포 하나, 유전자 하나에 숨겨진 작은 변화가 질병을 유발하고 그 변화의 메커니즘을 파악하는 것이 치료의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인공심장의 원리부터 의료분야에 적용되는 나노로봇까지 복잡한 과학을 쉽게 풀어내는 칼럼을 연재합니다. 위즈덤 아고라 하지후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로 과학의 언어로 생명과 우리 몸을 이해하는 기사를 만나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