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네이처]파킨슨병부터 개인 맞춤 장기까지, 줄기세포가 여는 재생의 미래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위즈덤 아고라 / 김정윤 기자] 오늘날 현대 의학은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치유할 수 없는 질환이 존재한다. 장기 이식의 한계와 난치성 질병, 그리고 노화 앞에서는 현재의 의학만으로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다. 하지만 2022년부터 적용된 세계보건기구 (WHO)의 ICD-11에는 ‘MG2A: Ageing-associated decline in intrinsic capacity(노화 관련 기능 저하)’ 항목이 포함되었다. 다만 WHO는 이 코드를 노화를 질병으로 규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의학 기록이나 사망진단서에서 모호한 ‘노령’ 관련 표현을 분류·코드화하기 위한 범주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류는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 질문의 답에는 줄기세포가 있다. 줄기세포란 우리 몸의 모든 세포로 바뀔 수 있는 원시 단계의 세포다. 줄기세포가 신체를 구성하는 아무 세포의 형태로 분화되어, 장기나 조직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커다랗고 긴 나뭇가지와 비슷하여 ‘줄기’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우리 몸속 세포는 신체의 정상기능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세포 노화가 진행되고, 세포는 죽게 된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노화를 늦추는 것은 세포 소실을 감소시키는 것이고, 결국 줄기세포는 소실된 만큼 공급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재생의학에서 특히 줄기세포가 혁신적인 치료법으로 꼽히는 이유는, 이론상 줄기세포가 아무 장기나 조직으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 근원 세포로 바뀌냐를 연구하면 손상된 장기의 기능을 재생시킬 수 있으며, 이는 인체 스스로 재생할 수 있는 능력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재생의학계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본 칼럼에서는 줄기세포를 중심으로, 응용 치료법과 스타트업 시장 현황, 그리고 재생의학 산업 발전을 살펴보고자 한다.

줄기세포는 분화 가능성의 범위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로,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는 특정 조직이나 계통의 세포로만 분화할 수 있는 다분화능(multipotent) 줄기세포다. 배아 발달 과정에서 형성되는 세 층의 ‘배엽’에 따라 분화가 이뤄지는데, 외배엽은 신경계 세포, 중배엽은 근육세포와 심장근세포 등 순환계 조직, 내배엽은 간세포, 췌장세포, 소화계와 호흡계 일부 세포로 발전한다. 두 번째로, 유도만능성 줄기세포(iPS)는 성체 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도입해 인위적으로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상태로 되돌린 세포다. 이 기술은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2006년 처음 성공했으며, 배아를 직접 사용하지 않아 윤리적 논란을 줄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iPS 세포는 인체를 구성하는 약 230여 종의 세포로 모두 분화할 수 있으나, 완전한 개체를 형성할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배아줄기세포(ESC, Embryonic Stem Cell)는 수정란에서 발달한 배아의 내세포괴에서 유래하며, 모든 체세포로 분화가 가능한 다능성 줄기세포다. 신체의 모든 조직 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배아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윤리적 논란이 가장 크다.

재생의학에서 줄기세포를 응용한 치료법은 다양하다. 혁신적인 치료법으로 꼽히는 줄기세포 치료는 장기나 조직 기관이 손상 환자의 줄기세포를 특정 환경에서 분화시키고 증식시켜 환자에게 다시 주입하면 손상된 장기나 조직 기관을 대체할 수 있다. 또한,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될 수 있는 전능성 배아 줄기세포는 특히 특정 세포를 자극하여 치료하는 바이오 약물 시험에 사용되어 신약개발의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전 신약 개발 과정에서는 안전성과 독성 물질 검사, 그리고 약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그러나 줄기세포 기술이 발전 이후 줄기세포를 특정 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게 되었고, 현재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포함한 여러 신약 개발 연구원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해 신약 임상 시험을 할 수 있는 3차원 오가노이드 (인체 장기의 역할을 하는 인공 장기) 형태의 모사체를 개발했다. 또한, ‘2020년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단재생바이오법)은 희귀병, 난치병 환자에게 연구 목적으로 첨단바이오의약품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줄기세포와 유전자 치료제를 포함한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와 치료가 제도적으로 허용되었으며, 임상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치료 계획 심의, 안전성 검토, 적합성 평가 등이 의무화되면서 안전성 관리가 제도적으로 뒤받침되었다. 

더불어, 줄기세포 활용은 질병으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환자의 장기를 재생 및 이식할 수 있다. 바이오 장기 개발, 즉 오가노이드가 일반 장기 이식을 대체하게 된다면 환자의 줄기세포를 배양해서 만든 장기이기 때문에 이식편 거부반응과 같은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 보통 장기 이식은 신체 조건에 따라 제한적이기에 환자에게 적합한 장기를 찾을 때까지 대기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인공 장기 개발은  환자에 적합한 장기를 빠르고 안전하게 만들기 때문에 인체에 적용성이 좋고 면역적 거부반응 등의 부작용 위험도 적다. 이러한 맞춤형 치료는 환자 자신의 세포를 활용한 개인화된 치료를 발전시킬 수 있다. 본인의 세포를 배양하여 오가노이드를 만들면, 특정 질환에 대한 구체적인 치료 연구가 가능하고 부작용 위험도 훨씬 낮아지며, 의료진과 환자의 부담 역시 덜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줄기세포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척수 손상 등 퇴행성 질환 치료에도 응용될 수 있다. 한 예시로, 파킨슨병은 뇌의 중심부인 중뇌에 위치한 작은 구조로 검은색을 띠는 조직인 ‘흑질’의 도파민 생성 뉴런이 손상되면서 도파민 부족으로 인한 경직, 떨림, 느린 움직임 등의 장애를 유발하는 퇴행성 질환이다. 파킨슨병은 불치병으로 알려져 환자들은 운동 장애를 완화시킬 수 있는 약물치료에 의존해 왔지만 지난 2025년 4월 미국 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의 Viviane Tabar 교수 연구팀은 만능성 줄기세포로 도파민 전구세포로 분화시키는 성공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줄기세포학회에 따르면, 비비안 타바르(Viviane Tabar) 박사팀은 배아줄기세포를 도파민 전구세포로 분화하여 이 ‘흑질’ 역할을 안전하게 이식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중간 단계의 파킨슨병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도파민 세포를 뇌의 피각 부위 18곳에 나눠서 주입 후, 몸이 이식된 세포를 공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면역억제제를 1년 동안 함께 투여했다. 그 결과, 12개월 동안 환자들에게 심각한 부작용은 전혀 없었고 18개월 후 영상 검사에서는 이식된 세포가 정상적으로 도파민을 만들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처럼 다양한 산업적 응용 가능성은 재생의학 분야가 단순한 연구를 넘어 이제부터 실제 산업으로 상용화될 준비가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전 세계 첨단재생의료 시장은 2022년 약 16조 4천억 원 규모였으며, 연평균 성장률(CAGR) 27.2%를 가정할 경우 2027년에는 약 5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은 2022년 약 6,200억 원 수준이었으며, 연평균 성장률 31.5%를 바탕으로 2027년에는 약 2조 6,5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한국에서도 줄기세포 기반 치료제를 개발하는 신생 기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 회사 ‘입셀’은 유도만능성 줄기세포를 활용하여 골관절염 치료제 ‘뮤콘’을 개발했다. 지난 4월, 환자 2명에게 임상 투여를 마쳤으며, 곧이어 지난 7월 세 번째 환자에게 투여하는 임상 연구 단계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대 벤처 기업 ‘미래셀바이오’는 난치성 질환인 ‘간질성 방광염’ 줄기세포 치료제를 세계최초로 임상 시험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배아줄기세포로 개발한 간질성 방광염 치료제는 22명의 환자에게서부터 효능을 확인했으며, 이 회사 대표인 정형민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0여 명 대상인 다음 임상시험을 통과하면 치료제가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줄기세포 연구는 단순히 세포 분화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 장기, 바이오의약품 등 각종 바이오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줄기세포는 희귀병과 퇴행성 질환, 그리고 개인 맞춤 치료제 개발에 응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앞으로 인류가 치유할 수 있는 재생의학의 한계를  넓히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포 치료 분야 연구를 위한 국내 R&D 투자금은 많이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의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지원금은 연간 10억 원 이내이고, 임상시험 지원금도 연간 7억 원으로 제한되어 있는데, 최종 통과까지 100억 원 이상 드는 줄기세포 연구를 감안하면 정부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세포 연구가 발전하면서 항상 뒤따르는 윤리적 논란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세포는 생명으로 간주되는 단계가 아직 명확하지 않으며 개인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세포 연구에 대한 규제는 앞으로 우리가 신중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줄기세포 치료는 아직 임상 실패 사례도 존재하기 때문에 상용화와 윤리 논란 사이에서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를 병행해야 한다. 지난 8월, 국내 스타트업 네이처셀이 국내 독점 판매권을 보유한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조인트스템’은 개발사 알바이오로부터 ‘임상적 유의성 부족’ 평가를 받으며 품목허가에 실패했다. 뿐만 아니라 정식 의료기술로 인정되지 않은 줄기세포 관절염 치료가 부작용을 낳은 사례도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 과정 없이 진행된 줄기세포 시술은 결국 환자들의 상태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고 이는 줄기세포 치료를 상업 목적으로 과장된 효과와 합리적 비용을 내세워 손상된 조직을 복원할 수 있다고 홍보하며 환자들의 마음을 교묘히 이용한 결과였다.

[위즈덤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로도 잘 알려진 생명공학기술은, 다양한 생물체의 구조와 유전 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생체기능이나 시스템을 개발하는 첨단 학문입니다. 생명공학은 자연적인 유전자의 작동 원리와 성장, 생물학적 기능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해법을 찾고 있습니다. 또한, 생명공학기술은 난치병의 원인을 밝혀내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위즈덤 아고라 김정윤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와 함께, 바이오테크놀로지의 최신 동향을 살펴보고, 질병 연구와 신약 개발, 그리고 생명공학을 둘러싼 윤리적 문제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누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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