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llustration by Nicole ara baik lee 2012(이아라) >
[객원 에디터 10기 / 최서연 기자] 대한민국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K-pop, K-food와 함께 이제는 ‘K-beauty’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화장품 산업은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화장품 책임판매업체는 약 3만 1000개에 달한다. 그만큼 수많은 브랜드와 제품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고, 인기 브랜드 제품들은 올리브영과 같은 뷰티 전문 매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올리브영은 이른바 ‘코덕(코스메틱 덕후)’부터 학생, 직장인까지 폭넓은 소비자층의 사랑을 받는 공간이다. 특히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는 틴트 하나쯤은 가방에 들어 있는 것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을 찾고, 메이크업을 통해 분위기를 바꾸는 일은 분명 즐거운 경험이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바로 가격이다. 틴트는 1만원에서 1만3000원을 넘기는 경우가 흔하고, 파운데이션이나 쿠션 제품은 3만원대를 기본으로 형성되어 있다. 학생뿐 아니라 직장인들 역시 “화장품이 싸다”고 느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학생들에게 더 크게 느껴지는 가격 부담
화장품 가격 상승은 특히 소득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더 크게 체감된다. 대부분의 학생은 용돈 범위 안에서 소비를 해야 하기에, 틴트 하나의 가격 인상도 부담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한국 사회의 강한 외모 중심 문화 역시 영향을 미친다. 꾸미지 않으면 관리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는 분위기,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인식은 학생들로 하여금 화장품 구매를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필요에 가까운 소비로 느끼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외모 관리는 개인의 취향을 넘어 일종의 사회적 기준처럼 작용하기도 한다. 결국 가격이 오르더라도 소비를 멈추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진다.
광고와 ‘브랜드 프리미엄’의 영향
화장품 가격 상승의 배경에는 마케팅 비용도 존재한다. 아이돌, 배우, 유튜버 등 유명 인플루언서를 모델로 기용하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 이러한 비용은 결국 제품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OO도 쓴다는 쿠션”, “OO이 극찬한 블러셔”와 같은 문구는 소비 심리를 자극한다. 동일한 성분이나 기능을 가진 제품이라도 유명 모델이 사용했다는 이미지가 더해지면 가격은 쉽게 정당화된다.
또한 최근에는 인기 캐릭터나 영화와의 콜라보레이션, 한정판 패키지 출시가 활발하다.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수식어는 소비자에게 희소성을 강조하며 구매를 유도한다. 이러한 전략이 반복되면서 제품의 실질적인 기능보다 브랜드 이미지와 유행이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슈링크플레이션’
가격 상승과 함께 지적되는 또 다른 문제는 ‘슈링크플레이션’이다. 조선일보는 이를 “제품 가격은 유지하거나 인상하면서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 부담을 높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겉보기에는 이전 제품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 용량이 줄어들면서 소비자는 더 적은 양을 더 비싼 가격에 구매하게 된다. 물론 제품 용량과 성분은 표시되어 있지만, 이를 매번 세세히 비교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일부 브랜드는 이러한 점을 활용해 소비자 부담을 간접적으로 높이기도 한다.
대안으로 떠오른 ‘저가 뷰티’
한편, 최근 다이소와 같은 저가 브랜드의 뷰티 라인이 주목받고 있다. 다이소는 5000원 이하 가격 정책을 유지하며 색조 화장품과 스킨케어 제품을 출시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이소는 생활용품 중심의 저가 브랜드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가격 대비 품질이 괜찮다”는 평가를 받으며 뷰티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 가격이면 다이소에서 사겠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는 소비자들이 무조건적인 브랜드 선호에서 벗어나,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화장품 산업의 성장과 함께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수 있다. 원가 상승, 유통 플랫폼 수수료, 마케팅 비용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고가 전략이 아니라, 가격에 걸맞은 품질과 투명성이다. 화려한 광고와 한정판 마케팅보다 중요한 것은 제품력과 신뢰일 수 있다.
K-beauty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가치뿐 아니라,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 구조 역시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