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구글 Gemini 제공 >
스마트폰, 10대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불안한 연결’
[객원 에디터 11기 / 허지유 기자] 수학 문제를 풀다가도 단체 채팅방 알림 하나에 집중력이 무너지는 경험은 이제 10대들의 일상이 되었으며, 실제로 고등학생 75%가 공부 중 스마트폰을 곁에 두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조사는 교육출판 전문기업 지학사가 자사 청소년 패널 ‘티알(T-R)’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 응답자의 압도적인 대다수인 75%가 공부할 때 스마트폰을 책상 위나 옆 등 바로 손이 닿는 거리에 둔다고 밝혔다. 반면 스마트폰을 가방 안 등 보이지 않는 곳에 치우는 학생은 21%에 불과했으며,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경우는 4%에 그쳤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학생들이 스마트폰이 학습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응답자의 34%는 “스마트폰이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자각하고 있었으며, ‘보통이다(33%)’라고 답한 비율을 합하면 67%에 달하는 학생들이 스마트폰의 부정적 영향력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해된다고 느끼는 학생(34%)보다 옆에 두는 학생(75%)이 두 배 이상 많다는 점은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의 유혹에 이성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종속된 상태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의 목소리도 통계 결과와 일치했다. 10학년 A 학생은 스마트폰을 곁에 두는 이유로 ‘습관’과 ‘불안’을 꼽았다. A 학생은 “특별히 보고 싶은 게 없어도 친구들이 단톡방에서 하는 이야기를 놓칠까 봐 불안해 습관적으로 확인하게 된다”며, “문제가 어렵거나 집중이 안 될 때 옆에 있는 스마트폰은 일종의 도피처가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되듯 가장 큰 방해 요인은 ‘SNS 및 메신저 알림(68.3%)’이었다. 이는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이 단순한 학습 도구를 넘어 사회적 관계망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연결을 유지해야 하는 ‘디지털 연결고리’와 같은 존재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도 깊은 우려를 제기한다. Nicholas Carr는 그의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인간이 디지털 기기에 인지 과정을 의존하면서 깊이 사고하는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Johann Hari 역시 저서 『도둑맞은 집중력』을 통해 현대인의 집중력 저하를 개인의 의지력 문제가 아닌 시스템에 의한 ‘집중력의 외주화’로 규정하며 인지 능력의 퇴보를 경고했다.
디지털 의존 시대, 10대에게 남겨진 ‘생각의 독립’
이제 우리는 “어떻게 스마트폰을 덜 쓸 것인가?”라는 질문을 넘어서 “어떻게 하면 기기에 빼앗긴 내 집중력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이제는 막연한 다짐보다 구체적인 환경 설정이 필요하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 스마트폰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우는 행위는 단순히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차원을 넘어서, 기계에 저당 잡혔던 ‘스스로 사고할 권리’를 되찾으려는 주체적인 노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