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미중 무역전쟁, 중국은 어떻게 버티고 있는가?
[객원 에디터 9기 / 우동훈 기자] 2025년, 세계 경제의 중심에서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다시 불붙었다. 미국은 중국 제품에 최대 245%의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중국은 이에 맞서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희토류 수출 제한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반드시 무릎 꿇리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18-2019년 무역전쟁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대응 전략을 준비해왔으며, 단기적 타격을 넘어 중장기 경제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데 주력해왔다.
중국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14억 인구에 달하는 초거대 내수시장이다. 미국과 유럽의 수요에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중국은 내수 확대를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삼고 있다. 2024년 기준, 중국의 소비가 GDP 성장 기여도의 65%를 차지했다.게다가 중국은 민주주의 국가들과 달리 단기적인 민심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권위주의 체제를 갖추고 있다.
서방 국가들이 선거 주기마다 정책을 바꿔야 하는 것과 달리, 중국 지도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고통을 감내할 수 있다.2025년 초, 중국 공산당은 ‘공동 부유’ 정책을 앞세워 중산층 확대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내수 진작과 사회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전통 제조업 기반을 겨냥해 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은 이미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준비해왔다.중국은 2020년대 초반부터 ‘중국제조 2025’ 전략을 기반으로 반도체, 인공지능(AI), 전기차, 우주항공 등 첨단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왔다. 2025년 현재,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AI 스타트업인 딥시크(DeepSeek)는 챗GPT를 추격하는 수준의 자연어처리 기술을 확보했다.또한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국산 AI 칩 업체들이 등장하며 자립화를 추진하고 있다. SMIC(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는 7나노 공정 칩 생산을 시작했다.
과거 무역전쟁의 교훈을 바탕으로, 중국은 미국·EU 시장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적극 추진했다.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신흥국과의 무역 및 투자 협력을 확대했다.2024년 기준, 중국의 대동남아 수출액은 미국을 넘어섰으며, 특히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이 주요 수출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중국-라틴아메리카 무역은 지난 5년간 연평균 12%씩 성장해 총 4500억 달러에 이르렀다.또한 미국의 대두, 옥수수 등 농산물 수출 제한에 대비해 중국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러시아 등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했다. 이는 식량, 에너지 등 전략물자 확보에서도 미국 의존도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중국은 약 7,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금융시장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2025년 4월, 중국이 미국 국채 매도 가능성을 시사하자 월스트리트에서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단숨에 0.5%p 급등했고, 다우존스 지수는 1,200포인트 급락했다.비록 전문가들은 대규모 국채 매각이 중국에도 손해가 되기 때문에 실제 사용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매도할 수도 있다’는 신호 자체만으로도 미국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데는 충분하다.
희토류는 반도체, 전기차, 군수산업에 필수적인 소재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정제 시장의 92%를 점유하고 있으며, 특히 AI 칩 제조에 필수적인 갈륨, 게르마늄, 안티모니 등의 희소 광물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2024년 말, 중국은 미국과 일본, 유럽을 대상으로 특정 희토류 광물의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전기차 생산라인이 공급망 재편에 들어갔으며, 희토류 가격은 6개월 만에 35% 급등했다.특히 방산업계에서는 중국산 희토류 대체를 찾지 못할 경우, 스텔스 전투기, 미사일 유도 시스템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 중국과의 경제 협력 축소를 강요하고 있지만, 많은 국가는 여전히 “미국 아니면 중국”이라는 이분법적 선택을 거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브라질, 남아공 등은 “우리는 미국과 중국 양쪽 모두와 협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EU조차도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며 독자적 대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결국, 단순한 관세나 제재만으로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꺾을 수 없다. 중국은 이미 ‘장기전’ 체제로 돌입했으며, 글로벌 경제 구조 자체를 바꿀 준비를 끝냈다.
미국과 중국, 두 초강대국의 경제 대결은 이제 단순한 무역전쟁을 넘어, 기술패권, 자원패권, 금융패권을 둘러싼 총력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