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9기 / 정동현 기자] 반려견이 주인의 질병 또는 불편한 신체 변화를 알아챘다는 많은 사례들이 들리고 있다. 지난 2025년 3월 13일 뉴욕 포스트에 따르면 브리애나 보트너( Breanna Bortner, 30세 여성)의 레트리버 믹스견 ‘모치(Mochi)’는 그녀의 오른쪽 가슴에 관심을 보였다고 알려졌다. 결국 그녀는 진료를 통해 유방암(2B기) 진단을 받게 되었는데, 모치의 관심이 조기 진단에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반려견이 질병을 ‘알아챘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지만, 과학계는 보다 체계적인 실험을 통해 후각 기반 질병 탐지 능력을 검증하고 있다. 실예로 코로나19와 관련하여 개들이 인간의 땀 속 바이러스 물질을 냄새로 인식하는데 97% 이상의 민감도와 91%의 특이도로 COVID-19 감염자를 탐지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는 2022년 PLOS ONE에 발표된 연구에서 밝혀졌는데, 동일 연구에서 Long COVID 환자의 땀 샘플에서도 바이러스 잔재로 추정되는 냄새 패턴을 탐지할 수 있음이 보고되었다. 일부 개는 Long COVID 환자의 샘플을 양성으로 탐지했으며, 건강한 대조군에서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지난 7월 Journal of Parkinson’s Disease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와 맨체스터 대학교 연구진은 레트리버가 사람의 체취로 파킨슨병 환자를 구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 연구 결과를 논문( Trained dogs can detect the odor of Parkinson’s disease)으로 발표했다.
공동연구팀은 골든 레트리버와 래브라도 레트리버 각 1마리(총 2마리)를 의료 경보견 방식으로 훈련한 후 파킨슨병 환자의 등 피부에서 채취한 피지 면봉 시료 만으로 환자군과 대조군을 이중맹검 조건에서 유의미하게 구분했다고 보고했다. 실험에서 개들은 사전에 정한 ‘알림 행동’으로 양성을 표시했고, 개체에 따라 민감도 약 70–80%, 특이도 약 90–98%의 정확도를 보였다.
연구진은 파킨슨병 환자의 피지에서 나타나는 VOC(휘발성 유기화합물) 패턴이 후각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바탕으로 피부 냄새를 이용한 비침습적(몸에 상처를 내지 않는 방식을 통한) 조기 선별 검사 가능성을 제시했다. VOC(휘발성 유기화합물)는 사람의 체취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화학물질로, 질병이나 생리적 변화에 따라 조성이 달라진다. 개는 이러한 미세한 냄새 패턴의 변화를 감지해 질병 유무를 판별할 수 있다. 개는 이러한 미세한 냄새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또한,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표본 확대와 파킨슨병 환자만이 갖는 특이한 화학물질 조합(VOC 등)을 ‘마커’로 규정하고, 이를 어떤 실험실·환경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도록 측정 방법과 판정 기준을 표준화하는 등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과는 개의 비범한 후각 능력에 기인한다. 개는 1억 2,500만 개에서 최대 3억 개에 이르는 후각 수용체를 가지며, 이는 사람(약 500만 개)의 약 25~60배에 달한다. 이 차이로 인해 개의 후각은 사람보다 훨씬 더 민감하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개는 후각을 처리하는 뇌의 비율 또한 사람보다 훨씬 크다. 후각 피질이 뇌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약 40배 더 크며, 이는 후각 정보를 더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러한 능력은 질병 탐지, 실종자 수색, 마약·폭발물 탐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향후 이들의 능력을 과학적으로 표준화하고 대규모로 검증한다면, 반려견은 인류의 정서적 동반자를 넘어 질병 조기 진단의 유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특히 공항, 병원, 요양시설 등 고위험 시설에서의 스크리닝이나, AI 기반 진단 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응용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