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프린팅, 신체 조직을 재현하다

세포에서 장기로, 바이오프린팅이 그려내다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10기 / 차지민 기자] 현재 전 세계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 중에 오직 10%만이 장기 이식을 받는다. 이는 장기 기증자의 수가 턱도 없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제는 장기이식이 아닌, 만들어진 조직과 장기를 기증자의 장기 대신에 사용하는 대안이 생겼다. 바로 ‘바이오프린팅’이다. 

바이오 프린팅이란 1970년대의 줄기세포 연구와 2000년대 이후 발전한 생물과학, 3D 프린팅 기술이 결합해 탄생한 융합 기술 분야이다. 3D 바이오 프린팅은 하이드로겔과 같은 생체재료와 줄기세포를 활용해 바이오 잉크’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인체 조직이나 장기를 정밀하게 출력하는 방식이다. 

바이오 프린팅은 크게 4단계로 나누어져 있다.

첫째, 환자가 필요한 장기 혹은 조직의 생리학적 구조를 정확히 나타내는 모델을 디지털 프로그램을 통해 설계한다. 둘째, 바이오 프린팅하는 조직과 이 진행 방법과 가장 적절한 바이오 잉크, 즉 세포, 성장 인자와 같은 생체재료들을 조합한 물질을 사용할 준비를 한다. 셋째, 디지털 모델을 기반으로 3D 프린터를 사용해 바이오 잉크와 중간엽 줄기세포를 레이어링 하며 생체 조직이나 장기를 인쇄한다. 마지막으로, 인쇄된 생체조직에 세포를 배양하여 생체 조직이나 장기의 특정한 패턴들과 모양들을 따라 성장시키고 조작한다. 이렇듯 바이오 프린팅과 세포의 자기 조직화를 통해 기증자 없이도 조직들과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바이오 프린팅은 기존 장기 이식보다 가지는 장점이 많다. 바이오 프린팅의 가장 큰 장점은 면역 거부 반응을 최소화하고, 환자와 완전히 일치하는 맞춤형 장기가 제작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를 사용하기 때문에 면역학적으로 완전히 일치하는 장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장기 보관과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던 손상, 감염 및 부작용의 위험도 크게 줄어든다. 게다가 바이오 프린팅 기술은 신약 개발, 독성 테스트, 개인 맞춤형 재생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응용될 가능성이 높다. 연구자들은 인체 장기 모사 모델을 제작해 임상 실험 전 단계에서 약물의 부작용과 효능을 미리 확인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2022년에는 미국의 연구팀이 심장 조직 성공적으로 인쇄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3D 프린팅으로 만들어진 인공 기관 이식, 인공 귀 지지체 이식, 인공 심장 인쇄, 암 치료, 뼈 이식 등이 성공하여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었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의 춘장 유(Chunzhang Yu) 교수 연구팀은 빛으로 원격 자극이 가능한 심장 조직을 개발했다. 유 교수팀은 바이오 프린팅 기술에 광반응 기능성 성분을 결합해, 기존의 자연 심장 조직과는 다른 빛 반응형 인공 심장 조직을 구현했다. 이들은 이 물질을 이용해 심장 조직을 3D 프린팅 한 뒤, 살아 있는 쥐의 심장에 부착했다. 그 결과, 빛을 비추면 쥐의 심박동이 조절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이 연구는 향후 인공 장기의 제어 및 생체 신호 조절 기술 발전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에는 바이오 프린팅으로 단순한 조직은 무리 없이 제작할 수 있었지만, 복잡한 장기의 경우 세포 기능을 장기간 보존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학원, 칭화대학교(Tsinghua University), 맨체스터대학교, 델프트공과대학교 공동 연구진이 협력 연구를 진행했다. 그들은 로봇 팔을 개조해 바이오 프린터로 활용함으로써, 기존보다 훨씬 정밀한 혈관 구조 인쇄에 성공했다. 또한 인쇄된 조직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오일 배스 기반 세포 인쇄법’과 인쇄-배양 병행 전략을 결합한 기술을 개발했다. 이 두 기술을 결합한 결과, 연구진은 약 6개월 동안 맥박을 유지한 인공 심장 조직을 구현할 수 있었다.

바이오 프린팅의 또 다른 응용 방법은 암 치료이다. 한국기계연구원에서는 하이드로겔과 면역력을 향상하는 NK세포를 결합해 프린트한 NK세포 치료제를 개발했다. 3D 프린팅을 통해 만들어진 이 치료제로 인해 기존의 단독 NK 세포들이 기존에 NK 세포 주입들만 단독 주입했을 때 보다 훨씬 많은 NK 세포가 암세포에 도달하도록 도와, 항암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보고 되었다. 

그러나 아직 바이오 프린팅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복잡한 장기들을 완벽히 구현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고 세포 생존율과 안정성도 아직 불안정한 상태이다 보니 완전한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또한, 장비와 재료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자되어야 하고 줄기 세포를 사용하는 점에 대한 윤리적 논란도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인체 장기를 인공적으로 복제한다는 점에서, ‘생명윤리’와 ‘인간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와 함께 정부 차원의 법적 기준과 임상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바이오 프린팅 기술이 안정적으로 의료 현장에 도입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바이오 프린팅의 단점들을 불구하고도 바이오 프린팅은 장점들이 많다. 기술이 더 발전하며 바이오 프린팅의 잠재력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가까운 미래에는 ‘기증자에게서 온 장기’가 아니라 ‘프린터에서 만들어진 장기’를 이식받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향후 10~20년 안에는 바이오 프린팅 장기가 임상 시험과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되며, 의료 산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Leave a Reply

Back To Top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