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객원 에디터 10기 / 최도영 기자] 미스터리 서클, 크롭 서클이라고도 알려진 문양들은 주로 밭에서 발견된다. 곡식이 기하학적 형태로 눕혀져 만들어졌으며, 1960년대와 1980년대 사이 외계인과 UFO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크롭 서클이 외계인이 지구에 보내는 신호이거나 외계 우주선의 착륙 자국이라는 루머가 떠돌았다. 과연 그것이 진실일까?
크롭 서클에 대한 최초의 언급은 1678년, 영국에서 발행된 “The Mowing Devil: Or, Strange News out of Hartford-shire”에 등장하였다. 이 이야기는 한 농부가 품삯 문제로 일꾼과 다투는 와중에 차라리 “악마가 내 밭을 깎게 하겠다”라고 말한 다음 날, 감쪽같이 밭에 악마가 깎은 듯한 원형 패턴이 나타났다는 내용이다. 이후 이와 유사한 현상도 초자연적 사건으로 해석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크롭 서클은 UFO와 대체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호주의 툴리 둥지 사건(1966)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사건은 호주 퀸즐랜드의 바나나 농부 조지 패들리(George Padley)가 비행접시가 착륙하면서 약 지름 9미터가량의 식물 눌림 자국이 남았다고 증언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현대 크롭 서클 논의에서 초기 주요 사례로 언급되지만, 툴리 둥지 사건은 아직도 미제로 남아 있다.
이후 1970년대 후반, 영국 남부 지역에서 유사한 크롭 서클 무늬가 다수 발견되었다. 그러나 그 지역은 이미 UFO 관측 명소로 유명했기에, 크롭 서클들은 곧바로 외계인 이론과 연결되었다. 이 시기에 발견된 대표적인 미스터리 서클을 살펴보면, 영국 남부 윌트셔 근처에서 약 238미터 크기에 409개의 원으로 구성된 Milk Hill 미스터리 서클, 그리고 1996년 윌트셔의 스톤헨지 인근에 나타난 Julia Set 형태의 서클이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더그 바워와 데이브 촐리라는 두 남성이 1991년 기자 그레이엄 브로(Graham Brough)에게 진실을 공개하였다. 두 사람은 영국의 예술가로, 처음 툴리 사건을 듣고 나무판자와 밧줄을 이용해 밭에 들어가 곡식을 눌러 원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밧줄을 손으로 잡고 판자에 발을 얹어 일정한 압력으로 곡식을 눕히는 방식이었다. 초기에 바워와 촐리는 단순한 원형에서 출발했지만, 점점 더 복잡한 기하학적 패턴을 만들기 시작했고, 대중이 외계 현상으로 오해할수록, 두 사람은 의도적으로 더 복잡한 형태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15년 동안 매주 밤 크롭 서클을 만들어왔으며, 언론 앞에서 직접 시범을 보여 인간이 만들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 과정을 크롭 서클 연구서의 공동 저자 패트릭 델가도(Pat Delgado)에게도 보여주었는데, 델가도는 영상을 보고 “외계 지성의 작품이다, 외계인의 기운이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촐리와 바워를 알아보고는 “그래서 너희가 늘 현장에 있던 거였구나!”라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크롭 서클을 외계인이 만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모두 인간의 작품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크롭 서클’이라는 용어를 만든 콜린 앤드류스(Colin Andrews)는 창작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외계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몇몇 단체는 여전히 크롭 서클을 연구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를 지구의 에너지 라인(ley lines)이나 페루의 나스카 라인(Nazca Lines)과 비교하며 신비성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수천 개 이상의 크롭 서클이 보고되었으며, 대부분은 인간이 만든 대지 예술 작품(land art)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따라 ‘Circlemakers’라는 그룹도 만들어졌고, 이후 상업적으로 발전하여 나이키, 미쓰비시, 헬로키티 등의 로고를 밭이나 모래 위에 제작하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