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몇 그릇 먹어야 한 살 더먹을까?

한국의 설날 문화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10기 / 박나경 기자] 설날은 한 해를 시작하는 대표적인 명절이다. 설날은 휴식을 취하는 명절이자 연휴이지만 지난해 묵은 기운을 씻어내고 새로운 복을 채우는 시간이기도 하다. 음력 1월 1일이지만 매년 양력 날짜는 바뀌어 1월 말에서 2월 중순 사이에 설 연휴가 시작되며 가족들과 함께 설을 보낸다. 

설날은 새해의 출발이라는 의미로 예부터 설을 쇠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고 여겼다. 이는 단순히 나이가 많아지는 것이 아닌 개인의 새로운 책임과 역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상징적인 의례이다. 설날 아침에는 새 옷(설빔)을 입고 조상님께 차례를 지낸다. 차례는 돌아가신 조상님을 기억하고 또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효를 다하는 전통 의례이다.

설날이 되면 빠지지 않는 음식이 있다. 바로 떡국이다. 한국인이라면 “떡국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래서 어릴 때 떡국을 몇 그릇 먹어야 나이가 한 살 늘어나는 걸까?”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몇 그릇 먹어야 한 살 더 먹느냐”라는 질문은 정답이 없다. 한 그릇이든 두 그릇이든, 떡국을 먹는 행위 자체가 새해를 맞이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생일이 지나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다른 나라들과는 다르게 한국의 나이를 먹는 기준은 생일이 아닌 새해이다. 전통적으로 설날이 되면 먹는 나이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떡국은 새로운 나이가 시작되었음을 상징하는 음식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만 나이 사용으로 나이 계산 방식이 달라지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며 생활 방식 또한 변화하여 떡국을 먹는 의미가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설날 아침 떡국을 먹으며 새해 인사를 나눈다. 이처럼 떡국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 모이며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떡국 재료에도 사실 상징적인 의미가 숨어있다. 길게 뽑아 만든 가래떡은 장수를, 동그란 떡의 모양은 엽전과 유사해 부와 풍요를 상징한다고 여겼다. 즉 떡국 한 그릇에는 오래 살고 복을 많이 받으며 새로운 한 해의 출발을 응원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런데 이것 외에도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설날 풍습이 생각보다 많다.

조선 후기 세시풍속을 기록한 세시기에는 야광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야광귀는 설날 정월 초하루 전후에 하늘에서 내려와 사람들의 신발을 신어보고, 맞으면 신고 도망간다. 그렇게 신발을 도둑맞은 사람은 한 해 동안 운수가 불길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설날 밤 자기 전 분주히 신발 방어전을 펼쳤다. 신발을 감출 뿐더러 머리카락을 태워 마당에 재를 뿌렸다. 그러나 모두 신발을 도둑맞지 않게 일찍 대문을 닫고 잠들었기에 실제 모습은 전해지지 않았다. 19세기 유만공이 쓴 세시풍속 서적 세시풍요에는 정초에 야괴가 신발을 훔겨가면 불길하다고 하며 이 때문에 야괴를 야묘라고도 하고 혹은 밤에 내린 비가 왜곡되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신발을 숨기는 행위는 사실 비에 젖을 것을 염려했던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 숫자 세기를 좋아하는 야광귀를 물리치기 위해 집안 곳곳에 체를 걸어두었다. 야광귀가 촘촘한 가루체를 세어보다 날이 밝으면 하늘로 돌아간다고 믿었기에 이런 풍속이 전해졌다.

< 설날 밤의 민속 풍경 – Illustration by Yujin Jeon 2007(전유진) >

다음으로는 동요〈설날〉의 첫 가사에 까치가 등장한다. 까치는 오랜 세월부터 좋은 일을 가져다주는 길조였다. 청참은 설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 처음 듣는 짐승의 소리로 한 해의 운수를 점치는 풍습이다. 그만큼 과거에는 미래를 향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점을 치는 모습이 흔했다. 짐승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길조로 여겨지는 까치와는 달리 까마귀는 불행의 징조로 여겨졌다. 그래서 조상들은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에 까치가 많은 곳으로 찾아가기도 했다. 또한 집에 죽나무를 심어 까치가 집을 짓게 해 울음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게 의도했다.

설날 차례를 지내며 조상들에게 예를 다해 상을 차리고 절을 하며 복을 빈다. 여기에 도소주라는 술을 올리고 마신다. 도소주는 어린이도 마셨으며 사악한 기운을 잡아 죽이는 술이라는 뜻이다. 주재료는 도라지, 계피, 방풍나물, 산초, 초피 그리고 약초의 뿌리가 들어간다. 이 재료들은 대체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며 기관지나 위장 건강을 도와주었다. 동의보감에도 도소주를 약으로 써 치료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전염병에 노출되기 쉬운 어린 아이들은 나쁜 기운을 막으며 가문을 이어가기 위해 이를 마셨고, 노인들은 수명이 줄어드는 것을 늦추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 마셨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북한도 설날을 보낼까? 우리와 다르게 북한은 사흘 연휴가 아닌 하루만 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 해방 후 북한은 김일성의 지시에 따라 설과 추석은 명절로 취급하지 않다가 1989년 김정일이 우리민족제일주의를 강조하며 다시 설을 쇠기 시작했다.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김정일 시신이 있는 평양 금수산 태양궁전과 만수대언덕을 찾아가며 거주 지역 밖으로 벗어나기 위해서는 통행증을 받아야 한다. 이는 이동 혼잡을 막기 위함이다. 설날 음식으로는 떡과 만두, 부침개, 고기 구이, 수정과 등이 대표적이며 떡국에는 꿩고기를 넣고 먹는다고 한다. 비록 분단되어 있지만 설을 보내는 문화만큼은 서로 닮아 있다.

이처럼 설날은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닌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새 출발을 시작하는 상징적인 명절이다. 따라서 몇 그릇을 먹든 중요한 것은 가족과 공동체의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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