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llustration by Eunho Lee 2009(이은호) >

[객원 에디터 11기 / 최서연 기자] ‘우리나라 학생들은 갈수록 더 뚱뚱해지고 있다’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는가? 실제로 이 말은 틀리지 않다. 메디컬타임즈의 기사에 따르면 초·중·고등학생의 비만율은 각각 약 18.3%, 16.7%, 20.6%이며, 고등학생 5명 중 한 명이 비만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학생들의 부족한 체육 시간
살이 찌는 데에는 식습관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운동량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학교에서 석식을 먹고 학원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며 잠잘 시간도 충분하지 않은 학생들이 대다수이다. 과연 수면 시간도 부족한 상황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까?
결국 학생들이 잠시나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는 시간은 학교 수업인 ‘체육’ 시간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부 학교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심한 경우 아예 체육 시간을 배정해 두고 자습으로 대체하는 학교들도 존재한다.
모순적인 정부의 요구
정부에서는 학생 비만율을 공개하며 ‘학생들은 운동을 해야 한다’, ‘학생들은 살을 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교육청이 학교에 배정하는 체육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매우 모순적이다.
단비뉴스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약 94.2%가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청소년 권장 운동량인 ‘하루 1시간’에 미치지 못한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더불어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에 전화를 걸며 “우리 아이 공부해야 하니까 체육을 시키지 말아 달라”고 요구하며 학교 체육 시간을 자습 시간으로 만들어버린 사례들도 존재한다. 물론 잠자는 시간, 먹는 시간, 다른 활동 시간을 줄여 나가며 공부하면 그만큼 더 좋은 결과가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른들의 극심한 바람과 기대 아닐까?
학생들의 바람
실제 학생들은 체육 시간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한다. 단비뉴스가 진행한 인터뷰 결과, 한 고등학교의 고3 학생들 중 약 80%가 체육 수업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며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그 이유로는 스트레스 해소와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 속에서 몸을 움직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대한민국의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바로 “너희들도 지금부터 체력 관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또한 매우 모순적인 말이다. 잠잘 시간조차 없도록 학생들을 몰아붙이는 입시 제도 속에서 수면 시간도 챙기고 운동 시간도 확보하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외국의 사례들
이에 반해 외국은 체육 시간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일주일에 세 시간 이상의 체육 시간이 기본이며 방과 후에는 스포츠 클럽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많다. 단순히 피구나 달리기만 하는 것이 아닌 등산, 스키, 암벽 타기와 같은 다양한 종목을 배우며 생존에 필요한 운동 능력을 기르게 된다. 또한 운동 클럽에 가입한 아이들은 주기적으로 다른 학교와 스포츠 리그를 펼치며 다른 학교의 학생들과 친해질 기회도 얻고, 사회성과 체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
학생들의 마음은 외면하는 어른들
그에 반해 한국은 밤 10시까지 공부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학원 시간을 새벽 12시까지 연장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정책이 정말 학생들을 위한 것일까?
하지만 어른들은 학생들의 설움을 충분히 헤아려 주지 않는다. 공부와 성적, 대학 진학만을 중시하며 학생들을 ‘공부만 하는 기계’로 만들고 있다. 매년 청소년 자살률은 증가하고 있지만 ‘고교학점제’와 같은 새로운 교육 정책이 이러한 극심한 문제를 해결해 줄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주변 학생들은 매일같이 “죽고 싶다”, “뛰어내리려고”와 같은 말을 쉽게 내뱉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학생들이 학업으로 인하여 얼마나 큰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는 것은 없다.
운동은 선택이 아닌 살면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요소이다. 학생들에게 무작정 ‘운동을 해라’, ‘체력을 기르라’고 말하기 전에 이들이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처럼 체육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공부에만 집착하는 대한민국의 교육 방식과 구조 안에서는 학생들의 건강도, 행복도 아무것도 지켜지지 못한다. 학생은 공부하는 기계가 아닌 미래가 무궁무진한 청소년이다. 이들의 인생을 성적이 좋아야만 성공하는 인생이라 단정 짓지 말고, 개인의 각기 다른 다양성을 펼쳐낼 수 있게 지도해 주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