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최초의 우리말 교실, 파라과이한글학교

< 파라과이한글학교 – 김지수 에디터 본인 제공 >

선생님과 재학생이 전하는 파라과이한글학교 이야기

[객원 에디터 9기 / 김지수 기자]비행기를 두세 번 갈아타야 도착할 수 있는 지구 반대편, 남미의 중심부에 자리한 나라, 파라과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와 국경을 맞댄 이곳은 “남미의 심장”이라 불린다. 1965년, 한국인 95명이 농업 이민으로 파라과이에 정착한 것이 한인 이민 역사의 시작이었고, 약 60년이 지난 지금은 약 5천여 명의 한인이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파라과이한글학교는 이 한인 사회의 중심 역할을 해온 교육기관이다. 1976년, 수도 아순시온의 한 가정집에서 매주 토요일 10명의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던 작은 수업이 시작이었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200명의 학생으로 규모를 키웠고, 1990년에는 자체 건물을 갖춘 정규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남미 최초로 설립된 이 한글학교는 이후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지의 한국학교 설립에도 영향을 미치며 큰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파라과이한글학교의 가치와 역할을 더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 현재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과 그 안에서 배우고 성장하고 있는 재학생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사로서의 보람 – 파라과이한글학교 J 선생님

1980년대 학생으로 한글학교와 인연을 맺은 J 선생님은 현재 6학년 담임교사로, 한글학교의 변화와 성장을 가까이서 지켜본 산증인이다. 그는 “6살 무렵, San Miguel 학교에서 지금 건물로 옮기던 날, 학생들이 의자를 들고 4~5블록을 걸어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당시의 설렘을 떠올렸다. 현지 학교에서는 스페인어로 수업을 듣지만, 한글학교에서는 또래 친구들과 한국어로 소통하며 국어, 한국사, 한자 등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 특히 특별하다고 회상했다. 

성인이 된 후 학원을 운영하다가 다시 한글학교로 돌아온 그는 지난 14년간 6학년 담임과 교무를 맡아오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 가는 과정이 매우 뜻깊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글학교의 가치를 단순히 한국어와 문화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정체성을 공유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동체 속에서 자라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글학교는 다음 세대에게 뿌리를 심어주는 울타리이자, 우리 사회의 중요한 거점입니다”라는 말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한글학교는 나의 정체성을 찾은 곳이에요” – 파라과이한글학교 재학생 T양

중학생 시절부터 6년간 한글학교에 다닌 고등학교 1학년 T양은 현재 학생회장을 맡고 있다. 그녀는 “한국인 친구들과 한국어로 이야기하고 문화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정체성을 느낄 수 있었다”며 한글학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비슷한 얼굴을 한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어서 더 좋았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학교 활동에 활발히 참여했던 T양은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으로 “중등부 캠프에서 잔디밭에 모여 밤새 수다를 떨었던 순간”을 꼽았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앞으로도 파라과이한글학교가 또래 한인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울타리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세대를 잇는 다리, 파라과이한글학교
파라과이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인 청소년들 가운데는 부모나 조부모 세대가 이민자로 정착한 2세대, 3세대가 많다. 익숙한 언어는 스페인어일지라도, 그들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한국어와 정체성은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수십 년간 조용히 한 자리를 지켜온 파라과이한글학교의 역할이 있다. 앞으로도 파라과이한글학교가 한인 청소년들에게는 정체성을 가꾸는 울타리로, 지역 한인 사회에서는 문화를 잇는 다리로 계속 존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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