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관광 불편 신고 71% 증가
[객원 에디터 9기 / 태윤진 기자] 코로나19 엔데믹(Endemic) 이후 한국의 방한 관광객 수는 빠르게 회복 중이다. 지난 3월에는 해외 관광객 수가 2019년 같은 달 대비 105.1% 수준까지 회복했다. 그러나 늘어난 발길만큼이나 관광객들의 불만도 함께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4 관광불편신고 종합분석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 신고는 전년 대비 무려 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쇼핑, 택시, 숙박, 공항 분야에서 불만이 집중되었다. 그중에서도 쇼핑 분야가 가장 큰 비중인 26%(1500여 건 중 398건)를 차지하며, 관광객 바가지요금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어 택시 20%, 숙박 16.7%, 공항 및 항공 10.7% 순이다.
이들의 주된 불만은 ‘가격 시비’(23.1%), ‘불친절’(22.6%), ‘환불 및 제품 교환 요청’(14.6%)이었다. 자유여행객이 늘면서 이러한 불만이 더 많이 접수되었다.
일본인 관광객 B 씨는 서울 시내 한 치킨 전문점에서 5만 3000원어치의 음식을 포장했으나, 카드 결제 후 확인해 보니 55만 3000원이 청구된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이처럼 결제 오류나 의도적인 과다 청구로 의심되는 사례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심각한 신뢰 저하를 안기고 있다.
또 다른 일본인 관광객은 한 화장품 매장에서 가격 표시가 없는 마스크팩을 직원의 강매로 구매했다. 이후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놀라 환불을 요청했지만, 직원은 대신 다른 고가의 크림 구매를 권유했다. 관광객은 이를 받아들였으나, 이후 해당 제품이 다른 판매처에서는 3분의 1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택시와 관련된 불만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309건의 택시 관련 신고가 접수되었으며, 이는 전년 대비 81.1% 증가한 수치이다. 주된 불만은 부당 요금 징수(60.2%)와 미터기 사용 거부가 가장 많았고, 운전사 불친절(10.4%)과 난폭운전 및 우회운전(8.7%)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실제 사례로, 미국인 관광객 A 씨는 공항에서 호텔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택시가 고의로 먼 거리를 우회하고, 목적지가 아닌 다른 호텔로 데려다주는 등의 부당한 행위를 겪었다. 결국 다시 원래 목적지로 이동하면서 10만 원의 요금을 추가로 지불해야 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관광 환경 악화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광객 수가 빠르게 회복한 반면 이를 감당할 서비스 인력은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에 비해 인력이 부족해, 전반적인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진 것이다.
둘째, 관광 트렌드의 변화 역시 주요한 원인이다. 과거에는 여행사가 일정을 짜고 가이드를 동반하는 단체관광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자유롭게 일정을 짜는 개별관광이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단체여행 비중은 같은 기간 63%에서 7%로 급감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여행사를 통한 여행보다 개인이 직접 소비와 일정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소비 과정에서 불편 사항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셋째, 한국의 물가나 소비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악용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가격이 명확히 표시되지 않은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과도한 요금을 부과하거나, 결제 과정에서의 실수 또는 고의적 부정행위가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처럼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바가지요금과 부당 행위가 반복되며, 관광 만족도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인바운드 여행업계(inbound,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업계) 관계자는 “한국인 여행객들이 국내 여행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 ‘바가지요금’을 꼽는 것처럼,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불만이 반복되고 있다”라며 “여행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지면 재방문 의향 역시 떨어지고, 이는 결국 관광객 유치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요즘 K-문화의 인기에 힘입어 수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사랑하며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높아진 관심과 기대에 반해, 일부 관광 현장에서 반복되는 바가지요금이나 불친절한 응대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국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관광공사가 캠페인 등 개선 활동에 나선 건 다행이지만, 단기적 조치로 끝나선 안 된다. 이제는 ‘관광 강국’이라는 말에 걸맞은 준비된 자세와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한 때다. 우리가 먼저 바뀌지 않으면, 한국을 찾는 발길도 언젠가 멈출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