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정크 DNA의 새로운 발견

정크 DNA’,1970년대 일본의 오노 스스무라는 과학자가 연구 논문에서 처음 사용 

최근 질병 연구와 약물 개발 등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

<출처: pixabay>

[객원에디터2기|성민경기자] DNA는 디옥시리보핵산 (Deoxyribonucleic Acid)으로 읽으며 한마디로 세포핵 속에 들어 있는 유전자를 의미한다. DNA는 생물체를 구성하는 각 세포마다 핵 속에서 설계도의 구실을 하고 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은 DNA 염기서열에 맞춰 합성되지만, 인간 유전체 (human genome) 가운데 단백질 합성에 직접 관여하는 것은 불과 3% 정도이다. 나머지 97%는 비암호화 DNA이지만, 어떤 기능이 있는 지를 알 수 없어 ‘정크 DNA’로 불리고 있다. 

‘정크 DNA’라는 이름은 1970년대 일본의 오노 스스무라는 과학자가 연구 논문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오노 스스무는 유전체에서 특별한 기능이 없는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 junk (쓰레기)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1980년 프랜시스 크릭과 레슬리 오르겔이 네이처의 리뷰 논문에서 정크 DNA를 “분명한 역할이 거의 없으며 유기체에 자연선택에 따른 이득을 거의 혹은 전혀 주지 않는다”라고 정의했다. 

이처럼 정크 DNA는 과학자들의 관심 밖이었고 기능도 명확하지 않았으나, 활발한 연구로 인해 비암호화 DNA의 대략적인 기능을 알게 되었다. 1998년에 과학자들은 일부 비코딩 DNA가 작은 비코딩 RNA를 만들어내며, 이 작은 RNA들이 유전자를 침묵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RNA란 DNA가 가지고 있는 유전정보에 따라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할 때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고분자 화합물을 가리킨다.

비암호화 DNA를 연구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했던 프로젝트와 연구들 중 하나는 ‘디엔에이 원소 백과사전 (ENCODE: ENCyclopedia Of DNA Elements)’ 프로젝트이다. ENCODE 프로젝트는 미국 국립보건원 (NIH)이 후원하고 미국, 영국, 일본, 스페인, 싱가포르의 32개 연구소 442명의 과학자가 참여했다. 이 연구가 발표된 네이처에 따르면, 이 연구의 목표는 “[별다른 기능이 없다고 알려진 정크 DNA 염기서열 부위] 거기에 숨어 있는 기능성 DNA를 찾아 목록화하고, 그것이 언제, 어떤 세포에서 활동을 하는지를 찾고자 하며, 유전체가 [히스톤 단백질을 중심으로] 꾸러미(패키지)를 이루며 조절되고 해독되는 방식에 그것들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적하고자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로 인해 정크 DNA 부위에도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기능 부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체계적 연구를 통해 밝혀졌으며, 정크 DNA 중 상당 부분은 인간의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데 일익을 담당한다는 사실 또한 증명되었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신약 개발, 후성유전학, 줄기세포, 시스템생물학 등 여러 분야에서도 비암호화 DNA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연구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있다.

정크 DNA가 질병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 연구들도 있다. 미국의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는 정크 DNA가 ‘관상동맥질환’이라는 심장질환의 위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혔다. 관상동맥질환이란 일반적으로 심장의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심장 근육에 충분한 혈액 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할 때 나타나는 질환이다. 영국과 독일의 공동 연구팀은 정크 DNA가 호지킨성 림프종 환자에게서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림프종이란 면역 세포가 종양으로 변하면서 체내 조절 작용과 상관없이 증식하는 질환이다. 호지킨성 림프종은 특징적인 조직 양상과 올빼미 눈을 닮은 특이한 암세포 (Reed-Sternberg 세포)를 보이는 질환이며, 하나의 림프절에서 시작해 옆 림프절에 영향을 미치고 점점 인접한 림프절을 타고 신체 전체 림프절에 영향을 미치는 특징을 지닌다. 

이처럼 정크 DNA의 기능과 영향이 밝혀지고 있고 더 많은 연구를 한다며 앞으로 생명의 메커니즘과 생리학에 대한 이해를 넓혀 질병 연구와 약물 개발 등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세포 전체의 생리를 이해하는 데 기여해, 미생물 세포의 대사를 조절해 원하는 의약품을 생산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엽 카이스트 교수는 “이제는 약물을 개발할 때에도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 단위만을 타깃으로 삼는 게 아니라, 생명의 전체 시스템 차원에서 비암호화 DNA에 있는 기능까지 고려해 ‘약물 타깃 세트’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부작용을 줄이는 치료법의 향상도 가능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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