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우성훈 기자] 우리는 보통 돌연변이라고 하면 방사능이나 독성 화학물질처럼 특별한 원인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 몸속 세포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DNA가 끊임없이 손상되고 있으며 세포는 이를 복구하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세포 하나에서 하루에 약 1만~10만 번의 DNA 손상이 발생한다고 추정한다. 물론 대부분은 복구 효소에 의해 빠르게 복구되지만, 일부는 그대로 남아 돌연변이가 된다. 다시 말해 돌연변이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생명체가 살아가는 동안 피할 수 없이 반복되는 화학 반응의 결과인 셈이다.
DNA는 흔히 생명의 설계도라고 불리지만 화학적으로는 생각보다 불안정한 분자다. 세포 안은 대부분이 물로 이루어져 있고 약 37도의 온도를 항상 유지한다. 우리는 이러한 환경을 안정적이라고 생각하지만 화학 반응은 이 조건에서도 끊임없이 일어난다. 대표적인 예가 탈퓨린화이다. DNA를 이루는 아데닌이나 구아닌은 당과 공유결합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물 분자가 이 결합을 끊어 버리면 염기가 DNA에서 떨어져 나간다. 그 결과 DNA에는 염기가 없는 빈자리가 생기며 이를 AP site(무염기 부위)라고 부른다. 만약 세포가 이 부분을 복구하지 못한 채 DNA를 복제하면 DNA 중합효소는 어떤 염기를 넣어야 하는지 정확히 인식하지 못해 잘못된 염기를 삽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다른 대표적인 반응은 탈아미노화이다. 시토신은 물과 반응하면서 아미노기를 잃고 우라실로 변할 수 있는데 우라실은 원래 RNA에서 사용되는 염기이기 때문에 DNA에서는 비정상적인 분자로 인식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복구되기 전에 DNA가 복제되면 원래 C-G였던 염기쌍이 T-A로 바뀌는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 놀라운 점은 이러한 반응들이 강한 산이나 높은 온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체온에서도 자연스럽게 계속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즉 DNA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보존되는 분자가 아니라 끊임없이 화학적 손상을 받으며, 세포는 이를 계속 복구하면서 유전 정보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의외인 사실은 DNA의 가장 큰 적 중 하나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숨을 쉬고 음식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데, 이 과정에서 활성 산소라는 반응성이 큰 분자들이 만들어진다. 활성 산소는 미토콘드리아에서 ATP가 생성될 때 자연스럽게 발생하며 주변 분자와 쉽게 반응한다. 특히 DNA 염기 중 구아닌은 산화되기 쉬워 8-옥소구아닌이라는 물질로 바뀔 수 있다. 문제는 이 변화가 단순히 분자의 모양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DNA 복제 과정에서 잘못된 염기와 짝을 이루게 만든다는 점이다. 책의 문장이 조금씩 흐려지거나 다른 글자로 바뀌는 것처럼, 유전 정보도 끊임없이 변형되고 있는 셈이다.
외부 환경은 DNA에 또 다른 위협을 가져온다. 여름철 강한 햇빛에 오래 노출되면 피부가 붉어지는 이유도 자외선이 세포의 DNA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자외선은 인접한 두 개의 티민 염기를 비정상적으로 연결해 티민 이합체를 만든다. 이렇게 DNA의 구조가 휘어지면 세포는 정상적으로 유전 정보를 읽지 못하게 된다. 담배 연기 속 화학 물질이나 일부 가공식품을 높은 온도에서 조리할 때 생성되는 물질 역시 DNA와 결합해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많은 DNA 손상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을까. 그 이유는 세포가 매우 정교한 DNA 복구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염기 절제 복구이다. 먼저 DNA 글리코실레이스(DNA glycosylase)라는 효소가 손상된 염기를 발견하면 그 염기만 정확하게 제거한다. 이후 AP 엔도뉴클레이스가 DNA 가닥을 절단하고 DNA 중합효소가 원래의 염기를 새롭게 합성해 빈자리를 채운다. 마지막으로 DNA 연결효소(DNA ligase)가 끊어진 부분을 이어 원래의 DNA 구조를 복원한다. 자외선처럼 손상 범위가 더 큰 경우에는 뉴클레오타이드 절제 복구가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는 손상된 염기 하나만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수십 개 뉴클레오타이드를 함께 잘라낸 뒤 새로운 DNA를 다시 합성한다. 마치 오래된 책에서 오타 한 글자만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손상된 문장 전체를 새로 인쇄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처럼 세포는 여러 종류의 복구 시스템을 상황에 맞게 사용하면서 매일 발생하는 수만 건의 DNA 손상을 처리한다. 만약 이러한 복구 효소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작은 화학적 손상 하나도 빠르게 돌연변이로 이어질 것이며, 실제로 일부 유전 질환과 암은 이러한 복구 시스템의 이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DNA 손상이 단순히 암을 일으키는 원인을 넘어 노화와도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23년 국제 학술지 Antioxidant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활성 산소가 DNA를 어떻게 손상시키고 세포가 이를 어떤 방식으로 복구하는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특히 활성 산소에 의해 가장 흔하게 생성되는 8-옥소구아닌에 주목했다. 연구에서는 사람 세포에서 활성 산소를 발생시킨 뒤 DNA에 형성되는 손상을 분석하고 이를 제거하는 OGG1과 MUTYH 효소의 역할을 비교했다. 그 결과 두 효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세포에서는 대부분의 손상이 빠르게 제거되었지만 효소의 기능이 감소하면 산화된 염기가 DNA에 축적되고 돌연변이 발생률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이 암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발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DNA 복구 효율 자체가 감소하기 때문에 젊을 때는 문제없이 복구되던 작은 손상들이 점차 세포 안에 쌓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제시했다. 이 연구는 노화를 단순히 시간이 흐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반복된 화학적 손상과 불완전한 복구가 축적된 결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우리는 DNA를 완벽하고 변하지 않는 설계도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DNA는 끊임없이 손상되고 복구되는 매우 역동적인 분자다. 어쩌면 생명체의 놀라운 점은 돌연변이가 일어나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 수만 번의 화학적 손상 속에서도 유전 정보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DNA는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는 분자가 아니라, 손상과 복구를 반복하면서 생명을 유지하는 살아 있는 화학 시스템인 것이다.
[위즈덤 네이처]생화학은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과 생명 현상을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에너지로 전환되거나, DNA 속 정보가 단백질로 만들어지는 과정, 효소가 반응 속도를 바꾸는 원리까지 모두 생화학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생명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단백질의 접힘, ATP의 역할, 효소 촉매 작용, 유전자 발현, 혈당 조절, 세포막 신호전달 같은 주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사례와 연결해 생화학의 개념을 위즈덤 아고라 우성훈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에서 만나 보세요.덤 아고라 우성훈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에서 만나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