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llustration by Serin Yeo 2008(여세린) >
알면서도 반복되는 비교 스트레스, 그 뇌과학적·진화적 이유
[객원 에디터 9기 / 신하은 기자] “다른 친구들은 벌써 해냈는데, 나는 왜 아직 이러지? 다들 잘 나가는 것 같은데, 나만 뒤처진 기분이야.” 우리는 하루에도 수차례 이런 생각을 한다. SNS 속 반짝이는 삶을 스크롤하며 어느새 자신과 타인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심지어 가장 가까운 친구나 동료와도 자신을 은연중에 저울질하게 된다. 비교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왜 이를 쉽게 멈추지 못할까? 그 이유는 단순히 현대 사회의 경쟁 구조 때문만은 아니다. 뇌과학적,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비교 본능은 인류의 생존 전략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고대 인류는 무리를 이루어 살았으며, 공동체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다른 구성원과 자신을 비교하는 능력은 생존에 중요한 열쇠였다. “누가 더 강한가?”, “누가 더 영향력이 있는가?”, “나는 이 집단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 이러한 비교와 판단은 생존 자원 확보와 짝짓기 기회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다. 결국 비교는 자신을 조정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전략적인 도구였던 것이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진화생물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는 “인간의 사회성은 뇌의 크기와 비례한다”라고 언급하며, 관찰과 비교, 모방 능력은 인간 사회의 핵심 기능이라고 설명한다. 즉, 비교는 단순한 스트레스 유발 요인이 아니라, 인류가 진화 과정에서 선택한 ‘전략적 판단 능력’인 셈이다.
신경과학적으로도 인간의 뇌는 끊임없이 비교하고 순위를 매기도록 설계되어 있다. 특히 ‘도파민 시스템’은 이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가 타인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느낄 때, 뇌는 도파민을 분비하며 강한 쾌감을 유도한다. 반면, 비교에서 뒤처졌다고 느낄 경우 도파민 분비가 억제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활성화된다. 하버드대학교의 뇌과학자 마틴 A. 노박(Martin A. Nowak)은 “사회적 비교는 도파민 회로를 통해 보상 시스템과 직결된다”라고 설명한다. 우리의 뇌는 절대적인 성취보다는 ‘남보다 잘했는가’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 ‘상대적 보상’에서 더 큰 자극을 받는다. 즉, 우리는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받고, 일종의 ‘경쟁 기반 쾌감’을 느낀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비교는 마치 중독처럼 뇌에 학습되어, 의식하지 않아도 비교하게 되는 무의식적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비교는 과거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사회적 비교’가 우리의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입시, 취업 경쟁, SNS 등 끊임없는 외부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비교의 빈도와 강도가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 이제 비교의 대상은 더 이상 ‘이웃’이나 ‘내 주변 사람들’에만 한정되지 않으며, 그 범위는 전 세계로 확장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1초 만에 스크롤되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타인의 이상과 현실의 자신을 비교하며 그 간극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뇌는 끊임없이 자극을 받지만, 마음은 지쳐가고, 우리는 점점 더 큰 불안과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비교를 완전히 멈출 수 있을까? 아쉽게도 인간의 뇌는 본질적으로 ‘상대성’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비교 자체를 없애기는 어렵다. 하지만 비교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가능하다. 예를 들어, 타인과의 비교 대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는 ‘자기 참조 비교(self-referential comparison)’는 도파민 보상 회로를 자극하면서도 불필요한 스트레스는 줄여줄 수 있다. 또한,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롤모델로부터 영감을 얻는 ‘긍정적 비교’는 동기를 부여하고 목표를 구체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비교가 경쟁이 아닌 성장의 발판이 되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