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산업의 혁신: 미국과 한국의 AI 기반 스타트업 사례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9기 /  윤채원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은 의료 산업 전반에 걸쳐 진단, 치료, 신약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다. 특히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스타트업들은 고유의 의료 환경과 전략적 방향에 따라 AI 기술을 실질적으로 응용하며 차별화된 발전을 이루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신약 설계와 임상 예측 정확도를 끌어올린 미국의 아이앰빅 테라퓨틱스(Iambic Therapeutics), 그리고 심혈관 진단의 효율성과 정밀도를 높인 한국의 메디픽셀(Medipixel)을 중심으로, 의료 산업에서 AI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실현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미국의 대표 사례로는 아이앰빅 테라퓨틱스(Iambic Therapeutics)가 주목받고 있다. 이 기업은 다중 모달 모델을 기반으로 한 AI 모델 ‘인챈트(Enchant)’를 통해 신약 후보 물질의 전임상 성능을 정확히 예측하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다중 모달 모델이란, 다양한 데이터 소스를 통합하여 분석하는 기술로, 신약 발견 초기 단계와 임상 연구 및 개발 단계 사이의 데이터 장벽을 허물어 더 포괄적인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약물의 약동학적 특성(몸에서의 흡수, 분포, 대사, 배설), 독성, 수용체 결합 친화력 등 수십 가지 생리·화학 데이터를 동시에 학습하여, 인간의 직관과 직접적인 실험 학습 없이도 약물의 효능을 평가할 수 있다. 

이 모델은 방대한 생물학적 데이터 셋을 분석하며, 약물과 표적 단백질 간의 결합 에너지를 추정하는 3D 분자 구조 시뮬레이션을 병행하여 약효를 더욱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특정 경구약의 흡수율(oral bioavailability)을 예측하는 시험에서 스피어만 상관계수 0.74를 기록하며 기존 AI 모델(0.58)을 크게 상회했다. 흡수율 예측의 정확도 향상으로 약물 후보물질의 초기 설계 단계에서 임상 실패 위험을 식별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인챈트는 약물 설계부터 검증, 전임상 단계까지의 전체 주기를 단축시키는 데 기여하는 중요한 과학적 도약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기술적 성과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뚜렷한 효과를 보인다. 프레드 맨비(Fred Manby) 아이앰빅 테라퓨틱스 CTO에 따르면, 임상 단계별 성공률이 10% 개선될 경우 전체 개발 비용이 무려 50% 절감되는 효과를 보일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의 대표 사례로는 메디픽셀(Medipixel)이 주목받고 있다. 이 기업은 의료 영상 기반 인공지능(AI)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심혈관 질환의 진단 및 치료 결정을 자동화하는 설루션을 개발하며, AI 의료기기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메디픽셀의 대표 기술은 Medipixel XA(MPXA)로 심장 혈관 영상 검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혈관이 막힌 위치와 위험 정도를 분석하고 중재시술 여부까지 제안하는 AI 기반 판단 모델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합성곱신경망(CNN) 기반의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수천 장의 혈관 영상을 학습하여 혈관 내 직경, 밀도, 벽면 형태 변화 등의 복잡한 패턴을 인식한다. 

AI는 이를 토대로 협심증 또는 심근경색의 위험성이 높은 병변을 분류하고, 중재시술(PCI)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한다. 특히 이 모델은 연구에서 0.917의 F1 스코어(AI 모델의 성능을 평가하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정확도가 높음)를 기록하여 높은 정확도를 보여주었으며, 이는 의료진의 판독 결과와 약 90% 이상의 일치도를 보인다. 이를 통해 여러 의사 간 진단 편차를 줄이고 판단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메디픽셀의 기술은 국내 식약처 인허가뿐만 아니라 미국 FDA 승인까지 획득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AI 기반 진단이 시술 전 의사결정 과정에 도입되면서, 기존의 높은 비용에 의존적이던 심혈관 치료 흐름을 효율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AI 도입을 통해 평균 진단 시간은 70% 단축되며, 의료진의 피로도 감소와 병원의 운영 효율성 증가라는 경제적 효과도 동반된다고 한다.

기술의 적용 지점은 다르지만, 두 기업 모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의 정밀화와 시간과 비용의 절감이라는 핵심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신약 개발뿐 아니라 치료 전략 수립 등 의료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을 것이며, 이 같은 각국의 혁신 기업들의 성과는 그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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