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암이란 어떤 병일까?

유전자 변이와 돌연변이

종양 미세 환경과 전이

< PIXABAY 제공 >

[객원 에디터 8기 / 하지후 기자] 암은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며 신체의 정상적인 조절 메커니즘을 벗어나 성장하는 질병이다. 최근 한국이 20~40대 대장암 발병률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이 지난해 국제 의학 저널 랜싯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2049세 대장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12.9명으로 조사 대상 42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고 한다. 아무리 서구화된 식단이 보편화되었다고 해도 너무 높은 수치이다.  

암의 발생과 진행은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이루어지며, 유전자 변이, 세포 신호 전달 체계의 변형, 그리고 종양 미세 환경과 같은 여러 요소가 상호작용하면서 발생한다. 

암은 대부분의 경우 세포의 유전자에 발생하는 돌연변이에 때문에 시작된다. 이러한 돌연변이는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종양 억제 유전자와 원발암 유전자이다. 종양 억제 유전자는 세포 분열을 조절하고, 손상된 DNA를 복구하거나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원발암 유전자는 세포 분열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며, 활성화되면 세포가 과도하게 분열해서 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DNA 복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오류나 외부적인 요인(자외선, 방사선, 화학물질) 등으로 인해 돌연변이가 축적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흡연은 P53과 같은 종양 억제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세포 주기의 조절을 방해하고 암 발생 확률을 높인다. 특히 P53 유전자는 세포의 DNA 손상에 반응하여 세포 분열을 중지시키는데 이 유전자가 손상되면 세포가 무제한으로 분열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정상 세포는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분열과 성장을 반복한다. 이 과정은 G1, S, G2, 그리고 M기로 구성된 세포 주기에 의해 조절된다. 그러나 암세포는 세포 주기의 조절을 받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증식한다. 특히 G1기와 S기 사이의 전환이 중요한데, 이 전환을 조절하는 사이클린과 사이클린 의존성 인산화효소(CDK)의 이상은 세포 분열을 무제한으로 촉진하게 한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와 달리 텔로미어를 연장하는 효소인 텔로머라아제를 활성화시킨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말단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분열이 반복되면서 길이가 줄어들고 세포 노화를 유발한다. 그러나 암세포에서는 텔로머라아제가 텔로미어를 유지해 세포가 지속적으로 분열할 수 있게 하는데, 이로 인해 암세포는 무한히 분열하여 종양을 만들 수 있다. 

암은 단순히 세포의 이상 증식뿐 아니라, 종양 미세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욱 악성으로 발전할 수 있다. 종양 미세 환경에는 주변 혈관, 면역세포, 섬유아세포, 세포 외 기질 등이 포함되며, 이들 모두가 암의 성장을 돕거나 억제할 수 있다.

암세포는 혈관신생(angiogenesis)을 유도하여 주변 혈관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아서 성장을 가속화한다. 이 과정에서 VEGF(혈관내피성장인자)와 같은 신호 단백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VEGF는 주변 혈관을 성장시키고, 종양이 산소와 영양분을 충분히 얻도록 한다. 

또한, 암이 두려운 이유는 전이인데, 이는 암의 주요 특성 중 하나로, 종양이 원래 발생한 위치에서 벗어나 다른 장기로 퍼져나가는 현상이다. 암세포는 혈류나 림프계를 통해 신체의 다른 부위로 이동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종양을 형성한다. 전이 과정에는 암세포가 기질을 분해하고 주변 조직을 침투하는 능력이 요구되며, 이는 MMP(기질 금속단백분해효소)와 같은 효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암세포는 면역 체계에 의해 제거될 가능성이 있지만,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면역 회피를 시도한다. 예를 들어, 암세포는 PD-L1(Programmed Death-Ligand 1)과 같은 단백질을 발현해서 면역 세포의 공격을 억제할 수 있다. PD-L1은 T세포의 PD-1 수용체와 결합하여 T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고, 이를 통해 암세포는 면역 감시를 피할 수 있다.

또한, 암세포는 T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는 면역 조절 인자를 분비하거나, 면역 억제 세포를 활성화하여 면역 반응을 약화시킨다. 이러한 면역 회피 메커니즘은 암 치료에 있어 중요한 연구 분야로, 면역 요법을 통해 PD-1/PD-L1 경로를 차단함으로써 암세포의 면역 회피를 방해하는 접근이 개발되고 있다. 

암 치료는 주로 외과적 제거, 방사선 치료, 화학 요법 등이 사용되지만, 최근에는 표적 치료와 면역 요법이 관심받고 있다. 표적 치료는 특정 유전자 변이나 단백질을 목표로 해서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HER2 양성 유방암의 경우, HER2 수용체를 억제하는 약물을 사용하여 암세포의 성장을 막을 수 있다. 면역 요법은 면역 체계를 활성화하거나 암세포의 면역 회피 메커니즘을 차단하여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이다. 면역 요법의 대표적인 예로는 CAR-T 세포 치료와 PD-1/PD-L1 차단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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