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이 아닌 지구 표면에서 만들어지는 다이아몬드
세계 최초 1기압에서 만들어진 다이아몬드
RSR-R를 통해 발견한 최적의 온도, 기압과 합금 비율
[객원 에디터 7기 / 김려원 기자] 로드니 루오프 다차원 탄소 재료 연구단장(울산과학기술원 화학과 특훈교수)이 이끈 연구팀이 세계 최초 1 기압에서 다이아몬드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네이처에 밝혔다.
다이아몬드는 깊은 땅속에서 발생하는 고온고압 환경에서 탄소 원자가 몇십억 년 동안 눌려 만들어진다. 지구 표면 위에서 압력의 약 5만 배의 압력과 1,600°C가 갖춰졌을 때 다이아몬드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된다. 하나의 탄소 원자가 4개의 다른 탄소 원자들과 결합해 만들어져 잘 긁히지 않고, 녹는점이 높고 열전도율이 뛰어나며 화학 물질들과 잘 반응하지 않아 반도체나 전자기기 등 여러 방면에서 사용된다.
하지만 이런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데 필요한 고온고압 조건을 위해 사용되는 많은 양의 에너지와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합성할 수 있는 다이아몬드의 크기는 지금까지 제한되었었다. 루오프 연구단장은 “낮은 압력에서 탄소 원자들을 합성하면 다이아몬드 대신 다른 탄소 구조체인 흑연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며 “1 기압에서 다이아몬드를 성장시키는 것은 그동안 과학의 관점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라고 말했다.
흑연은 다이아몬드와 똑같이 탄소 원자로만 구성되어 있지만 다른 점은 한 개의 탄소 원자가 세 개의 탄소 원자와 결합해 육각형의 격자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각 평면 층 사이에 존재하는 반데르발스 (van der Waals force) 힘이 구조를 잡고 있지만 결합력이 낮아 쉽게 분리된다.
연구팀은 온도와 압력을 빠르게 조절해 액체 금속 합금을 만드는 ‘RSR-R’이라는 장치를 만들었다. 이 장치를 통해 다이아몬드를 결합할 수 있는 최적 온도와 압력, 그리고 합금 비율을 찾아냈다. 갈륨 77.75%, 니켈 11%, 철 11%, 실리콘 0.25%의 비율의 액체 합금을 만들고 메탄과 수소와 반응시키자 바닥 표면에서 탄소가 확산하며 다이아몬드가 성장했다. 이때 온도는 1,025°C였고 압력은 우리 주변 대기압의 압력과 비슷했다. 이제 더 이상 다이아몬드를 만들기 위해 고온 고압 조건을 중요시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또한 이 장치를 이용했을 때 만들 수 있는 다이아몬드의 크기에는 제한이 없고 또 동시에 여러 개를 만들 수도 있다. 연구팀은 만들어진 다이아몬드를 이용해 여기에 빛을 쏘고 방출되는 파장을 분석했는데 이때 액체 금속 합금에 포함된 실리콘이 다이아몬드 결정 사이에 껴있는 ‘실리콘 공극 컬러 센터’ 구조 또한 발견되었다. 연구팀은 “이 구조가 자기장에 대한 민감도가 높고 양자적인 특성을 보여 매우 작은 자기 센서 개발이나 양자컴퓨터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
루오프 연구 단장은 “다이아몬드 합성 원천 기술 확보로 한국이 다이아몬드 제조의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반도체 등 빠르게 응용 분야를 확장해 관련 산업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