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뇌에 전자회로를 입힌다?

3D 프린터로 뇌에 문신처럼 전자회로를 입혔다

<PIXABAY 제공 >

[객원 에디터 7기 / 정서영 기자] 공상과학 영화의 단골 주제인 뇌와 컴퓨터를 연결한 ‘전뇌’가 현실이 된다. 뇌에 칩을 심어 뇌의 신호를 읽고 이를 외부 기기와 연결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역사상 최초로 칩을 인간 뇌에 이식시키는 것에 성공하여 화제를 모았다. 

BCI는 뇌파를 이용하여 외부 기계나 전자기기를 제어하는 기술로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몸이 불편한 환자에게 도입되는 더욱 정확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어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우리는 컴퓨터단층촬영(CT)나 자기 공명영상(MRI)으로 뇌를 간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BCI를 도입하게 된다면 뇌의 내부자인 칩을 이용하여 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보다 더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감지하는 삽입형 신경 전극과 감지된 신호를 외부 기기로 송수신하는 전자회로는 BCI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기술은 딱딱한 금속과 반도체 소재로 이뤄진 전극과 전자회로를 사용해 이식 시 이질감이 크고, 부드러운 뇌 조직에 염증과 감염을 유발한다는 문제가 있었고 뇌에 발생한 손상이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을 방해해 장기간 사용이 어렵다는 한계도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연구진은 고형의 금속 대신에 뇌 조직과 유사한 액체금속을 이용해 인공 신경 전극을 제작하였다. 제작된 전극은 지름이 머리카락의 10분의 1 수준으로 얇고, 젤리처럼 말랑해 뇌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어 연구진은 3D 프린터로 두개골 곡면에 전자회로를 얇게 인쇄한 뒤 뇌에 이식했다. 문신처럼 얇아 회로를 그려낸 후 두피를 봉합해도 머리에 튀어나오는 부분 없이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했다. 기존 인터페이스의 이물감과 불편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3D 프린팅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식한 각 전극의 배열과 위치에 맞는 전자회로를 쉽게 디자인하고 형성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연구진은 제작한 소자를 쥐의 뇌에 이식하고, 쥐의 두개골 모양에 맞는 맞춤형 전자회로를 그렸다. 이후 8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이어진 동물실험에서 체내 신경 신호를 안정적으로 검출했다. 딱딱한 고체 형태인 기존 인터페이스로는 신경 신호를 1개월 이상 측정하기 어려웠다는 단점이 있었다. BCI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대폭 늘린 것이다. 

더 나아가, 연구진이 BCI에 무선 송수신 기능을 구현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두꺼운 케이블로 연결했던 것과 달리 유선 회로가 필요 없어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여러 개의 신경 전극을 이식할 수 있어 다양한 뇌 영역에서의 신호를 동시에 측정도 가능하다. 서두에서 BCI 기술의 칩이 뇌의 ‘내부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러 개의 신경 전극을 이식하는 경우 내부자가 많아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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