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내뿜는 친환경 그린 리빙 페인트
‘시노아박테리아’ 함유 친환경 페인트 영국 연구진 개발
화성 기지 활용 기대
[객원 에디터 6기 / 안현호 기자] 지난 10월 영국 서리대(University of Surrery)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올로지 스펙트럼(Microbiology Spectrum)’에 지구에 사는 미생물인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를 함유한 특수 페인트 개발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시아노박테리아는 크기가 수㎛(마이크로미터)로 대략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 크기이다. 주로 지구의 물속에 살고, 너무 작아 현미경을 이용해야만 몸 구조를 제대로 살펴볼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광합성을 해 산소를 만들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점이다. 과학계는 지구 대기에 산소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 시아노박테리아 덕분이라고 본다. 30억 년 전 지구에 등장한 뒤 6억 년 전 대기 중 산소 비율을 지금의 절반까지 끌어올린 일등 공신이며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식물 대신에 산소를 공급하기도 하였다.
서리대 연구진은 시아노박테리아 중에서도 ‘크로오코시디옵시스 쿠바나(Chroococcidiopsis cubana)’라는 종류를 선택했다. 크로오코시디옵시스 쿠바나는 다른 종류의 시아노박테리아와 달리 화성을 연상시키는 사막 같은 극한의 환경에서 살고 있어 별다른 관리 없이도 생존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크로오코시디옵시스 쿠바나를 고무와 유사한 성분인 고분자 물질 안에 넣은 뒤 페인트와 혼합하고 여기에 ‘그린 리빙 페인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이먼 크링스(Simon Krigs) 연구팀이 30일 동안 관찰한 결과 그린 리빙 페인트는 페인트 1g당 하루 0.4g의 산소를 생성했고, 이산화탄소는 0.31g을 흡수했다. 미생물이 들어간 페인트로만 숲을 가꾼 성과를 만들었다.
서리대 연구진은 그린 리빙 페인트를 화성 기지에서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기지 내벽에 바르면 산소를 생성하고 이산화탄소는 흡수한다. 화성 임무를 위해서는 500톤의 산소가 필요한데, 화성 기지에서 산소가 생성된다면 지구에서 운반되는 산소 양을 줄일 수 있다. 연구진은 대학 공식 자료를 통해 “크로오코시디옵시스 쿠바나는 강력한 자외선에서도 견딜 수 있다”라고 밝혔다. 높은 온도와 방사능에도 저항력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자외선을 막을 오존층이 적고, 대기가 옅어 기온 변화가 크며, 방사능을 방어할 자기장이 미약한 화성에서 적합하다.
인간이 숨 쉴 환경을 만드는 일은 우주 과학계의 공통 관심사다. 2021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화성 무인 탐사차량 ‘퍼서비어런스’ 내부에 탑재한 ‘목시(MOXIE)’라는 장비로 소량의 산소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목시는 광합성과 비슷하게 화성 대기를 구성하는 이산화탄소를 분해해 산소를 생성하였고, 서리대 연구진이 만든 페인트와도 원리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만약 서리대 연구진이 만든 페인트 기술이 실용화된다면, 화성 기지에서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방법이 다양해지는 셈이다. 다만, 목시 같은 전자기기를 계속 유지·관리하는 것보다 벽에 페인트를 발라두고 산소를 들이마시는 편이 훨씬 간편할 것으로 보인다. 서리대 연구진은 “한 달간 페인트를 관찰했지만 성능이 저하되지 않았다”며 “화성을 개척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