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지구 온난화, 우리의 시간까지 바꾼다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지구의 회전 속도를 늦춘다.

 <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7기 / 이승원 기자]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 얼음이 녹으면서 지구 표준시를 바로잡는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3월 27일, 덩컨 애그뉴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교 지구물리학 및 행성 물리학 연구소 연구원은 기후변화로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하와 빙산들이 녹아 세계 표준시(UTC)를 예상보다 늦게 바로잡아야 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지구의 자전은 하루 기준인데,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자전 속도가 느려지고 지구 시간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지구의 시간은 지구 자전에 따른 천문시, 원자시, 세계협정시로 나뉜다. 천문시는 지구의 자전 속도가 기준으로 시간이 정해진다. 원자시는 1967년, 과학자들이 세슘-133 원자가 91억 9,263만 1,770번 진동하는 시간을 1초로 정의한 것이다. 원자시에 따르면 24시간은 8만 6400초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지구의 자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원자시와 세계시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시간은 원자시와 세계시의 단점을 보완하여 만든 ‘세계협정시’이다. 원자시 기준인 8만 6,400초를 24시간으로 하고, 실제 하루 길이를 반영하는 천문시와 비교해 ‘윤초’로 바로잡는 방식이다. 윤초는 원자시와 천문시가 0.9초 이상 차이가 나면 원자시에서 1초를 더하여 일치시키는 방식이다. 1972년부터 시작되어 1초씩 더하여 시간을 맞춰주고 있다. 

애그뉴 연구원은 “윤초는 1972년과 1999년 사이에 23번 추가됐고, 지난 23년간은 단 4회만 추가되었다”라며 “지구 내부의 액체 핵의 자전 속도가 점점 느려지면서 사람들이 사는 지각을 포함한 ‘단단한 지구’가 각운동량(회전 운동량)의 보존을 위해 더 빠르게 회전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2016년부터는 윤초를 추가하지 않았다. 조금씩 느려지는 자전 속도가 지구 내부의 핵 변화 탓으로 속도가 빨라지는 것으로 반전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이르면 조만간에 세계협정시에 사상 처음으로 음의 윤초(-1초)를 도입할 가능성에 대하여 논의했다.

그러나 논문은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의 시간을 줄여야 하는 정확한 시기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애그뉴 교수는 “빙하가 녹아 지구의 자전을 방해하고 있지 않았다면, 빠르면 2026년쯤에 1초를 삭제해야 했을 텐데, 지구 온난화 탓에 2029년까지도 음의 윤초가 필요하지 않다”라고 이야기한다. 

다른 의견으로는 빙하가 녹아 적도로 흐른 물은 지구의 자전 속도를 늦추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의견이다. 지구의 허리 부분에 질량이 집중되고, 반대로 극지방에서는 거대한 빙하가 얇아지면서 압력이 약해져 땅이 상대적으로 뜬다. 이에 따라 지구의 타원형이 점점 구의 형태로 가까워지면서 지구의 자전을 느리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10여 년 동안 지구의 자전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한 추세를 더디게 하고 있다는 게 이 의견에 관한 주장이다. 지구의 자전 속도는 중력, 태양, 달, 바다의 조수, 대기와 지구의 핵의 속도 간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받는다. 자전 속도가 항상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대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는 추세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지구의 자전 속도를 결정하는 요소는 매우 복잡해 이 연구 결과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다 레빈 미국 국립표준 기술연구소 소속 물리학자는 워싱턴 포스트에 “지구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는 건 본질적으로 까다롭다”라며 “연구 결과에는 불확실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이번 연구 결과가 시사하는 바도 크다. 영국 리버풀대학교 기후학자 크리스 휴즈 박사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번 연구 결과는 지구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척도”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이 연구 결과로 윤초 폐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전망이다. 앞서 2022년 국제도량형총회는 윤초를 2035년까지 폐지하기로 했다. 유엔 산하 국가 전기통신 연합도 또한 윤초 폐지 결의안을 지난해 채택하였다. 

지구 온난화는 이 말고도 많은 일상생활에 우리도 모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구 온난화를 완전히 파악하지 않고 있어 미래에 어떤 위협을 가할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이다. 조금이라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심각할지도 모르는 미래를 막기 위해, 막지 못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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