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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네이처] 스파이더맨의 과학: 바이오미메틱스로 가능케 한 초능력 같은 기술들

<pixabay 제공>

[위즈덤 아고라 / 이채은 기자] 모든 자연 생물은 35억 년에 걸친 진화를 통해 지금의 모습을 이루었다. 자연은 예술뿐만 아니라 과학에도 영감을 준다.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은 자연에서 발견한 생물의 강점을 공학에 응용해 왔다. 다른 생물의 독특하고 실용적인 구조나 특성을 모방하여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바이오미메틱스’, 혹은 ‘생체모방’이라고 한다. 엉겅퀴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찍찍이부터 상어 비늘에서 착안한 항공기 표면에 칠하는 공기 저항용 페인트까지. 자연으로부터 유래한 다양한 기술과 바이오미메틱스의 밝은 미래를 살펴보자.

게코 발을 모방한 접착 기술

바이오미메틱스에서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게코 테이프다. 게코 발을 모방한 이 접착 기술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용적이고, 무엇보다 효과적이다. 게코 도마뱀은 미끄러운 표면이나 벽, 천장에서도 자유롭게 붙어 닌다. 그 비밀은 게코 도마뱀의 발에 숨어 있다. 게코 도마뱀의 발에서는 접착력이 있는 그 어떠한 물질도 분비되지 않지만, 미세 털과 표면 사이에 ‘반데르발스 힘 (Van der Waals force)’이 작용하여 접착력을 발휘한다. 반데르발스 힘은 전기적으로 중성을 띠는는 두 분자간, 혹은 한 분자 내의 부분간의 인력이나 척력을 말한다. 미세한 털 하나에 작용하는 힘은 매우 작지만, 수없이 많은 털과 표면 사이에 작용하는 작은 힘이 한데 모여 큰 힘을 만들어 낸다.

2008년,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의 로널드 피어링 교수와 박사 과정의 이종호 씨는 폴리프로필렌이라는 플라스틱을 이용해 게코 도마뱀의 접착력과 가장 유사하며 상용화가 가능한 테이프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지름이 사람 머리카락의 100분의 1에 불과한 미세 털을 만들었으며, 개발한 접착테이프에는 미세 털이 1cm²당 약 4,200만 개가 들어있다. 실험 결과, 2cm² 면적의 테이프가 400g의 추를 매달아도 끄떡없었다. 강력한 게코 테이프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2006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김상배 씨는 게코 테이프를 이용해 벽을 오르는 로봇을 개발했다. 게코 테이프는 접착 성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붙였다 떼어도 흔적이 남지 않아 반도체 공장에서도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딱정벌레의 날개에서 영감을 얻은 사막의 오아시스

뜨거운 햇빛이 내리비치는 사막 속 인공 오아시스를 만드는 기술 또한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에어드롭 (airdrop)’이라 불리는 인공 오아시스는 아프리카 나미브 사막에 사는 사막 딱정벌레의 독특한 성질을 이용해 고안되었다. 사막 딱정벌레는 등에 있는 각질층을 통해해 공기 속 수분을 물방울로 만든 뒤, 입안에서 굴려 수분을 섭취한다. 이 원리는 공기 중의 물을 모아 식수로 만드는 와카워터에 똑같이 작용되었다. 일교차가 큰 지역에서 공기 속에 있는 수분이 이슬방울에 맺히는 응결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사막 딱정벌레가 물을 섭취하는 방법은 물 부족 해결에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호주의 디자이너인 에드워드 리나커는 딱정벌레의 물주머니에서 착안한 기술로 인공 오아시스 장치인 에어드롭을 고안해 냈다. 비교적 온도가 낮은 땅속에 파이프를 묻고 그 안에 공기를 모으면 응결 현상 때문에 공기와 수증기가 이슬방울 형태로 맺히게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모은 물은 지하에서 끌어올려져 식수로 섭취되거나 농작물에 사용된다. 따라서 건조한 사막 지역에서도 농작물에 물을 원활하게 공급해 줄 수 있다. 에드워드 리나커는 이 아이디어로 제임스 다이슨 상을 받았다.

효과적인 방수, 연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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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을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연꽃의 표면에는 물방울이 스며들지 않고 흘러내리거나 고여 있다. 연잎의 표면이 매끄러워서일까? 정답은 연잎에 아주 미세하게 돋아아있는 혹에 있다. 수많은 혹이 덮여 있는 연잎 표면은 나노 크기의 발수성 코팅제로 코팅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즉, 연잎 위의 물방울은 직접적으로 연잎과 닿지 않으며, 이것이 바로 아무리 비가 와도 연꽃이 젖지 않는 이유다.

포항공대 화학공학과 교수팀은 연잎을 모방해 초발 후 표면을 제작했다. 연구진은 표면에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나노 선을 올려 계층 구조를 갖게게 했다. 결과적으로 이 표면은 비가 올 때 물을 흡수시키지 않고 흘려보낼 뿐만 아니라 물속에서도 물을 전혀 흡수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나아가 폴리우레탄과 폴리아닐린이라는 고분자로 나노 구조물을 만들어 연잎 구조의 원리를 적용하였다. 그 결과, 잘 늘어나면서도 물을 흡수하지 않는 섬유를 개발했다. 이는 기존의 고어텍스보다 잘 늘어나고 섬유에도 이상이 생기지 않았다. 연구진은 새로 개발된 이 섬유는 입는 컴퓨터나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에도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파이더맨의 거미줄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스파이더맨은 손목에서 거미줄을 뿜어내 건물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몸을 지탱한다. 머리카락보다 얇지만 강철보다 강하고 가벼운 거미줄은, 영화 속에서만 가능한 상상이 아니다. 1710년경부터 거미줄의 강도와 유연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거미줄은 철보다 5배나 강하면서도 뛰어난 신축성과 초경량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거미줄의 특성을 모방한 인공 거미줄이 운동화나 파카 같은 의류 제품에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디다스는 암실크가 만든 인공 거미줄로 신발을 제작했고, 노스페이스는 스파이버 회사의 인공 거미줄로 만든 파카를 선보였다. 그러나 거미줄의 대량 생산은 아직직 어렵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90년대부터 거미줄 유전자를 복제해 새로운 유기체를 만드는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미국 바이오 기업 크레이그 바이오크래프트는 지난 2018년 미 육군의 새 방탄복에 인공 거미줄로 만든 섬유를 사용했다. 인공 거미줄은 기존 소재보다 강하면서 유연해 훨씬 실용적이다. 또한 인체에 해가 되지 않아 화장품이나 의료기기에도 사용되고 있다. 그 예로, 수술용 실이나 인공 피부 같은 제품들이 거미줄을 모방한 실크 단백질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 재료는 생체 적합성이 뛰어나고 자연 분해가 가능하여 환자의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이 기술은 건축 분야에서도 응용될 수 있다. 거미줄의 강도와 가벼움은 건축 자재로서 매우 유망하며, 미래의 고층 건물이나 다리 같은 구조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오미메틱스의 미래

바이오미메틱스는 자연이 수억 년에 걸쳐 진화한 효율적이고 정교한 메커니즘을 모방해 인간의 삶에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하는 분야다. 자연의 설계는 단순히 아름답고 신비로운 것에 그치지 않고, 과학적 문제 해결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단순한 모방을 넘어, 환경을 보호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기술들은 우리 삶의 질을 향상하고, 다양한 산업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며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다.

[위즈덤 네이처] 현대 사회의 놀라운 발전 뒤에는 여러 소재와 화학적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부터 더 깨끗한 에너지를 위한 배터리까지! 이 모든 것은 작은 분자들이 이루어낸 과학적인 산물입니다. 최근에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작은 나노의 세계까지 도달한 나노 기술과 분자 설계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에 어떤 물질의 기술들이 영향을 미쳤는지 고찰해 보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떤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칼럼을 연재합니다. 위즈덤 아고라 이채은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와 함께 일상을 구성하는 신소재 기술들과 응용의 깊은 세계를 탐험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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