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의 시간을 되돌리다, 역분화 줄기세포
재생의학으로 성체세포를 줄기세포로 되돌리다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구원할 의료 기술, 역분화 줄기세포
[객원에디터 2기|김채현 기자] 2006년, 일본의 야마나카 교수의 연구실에서 생쥐세포를 이용해 최초로 세포를 줄기세포로 탄생시키는데 성공했다. 줄기세포가 기능을 가진 성체세포로 발전하는 ‘분화’가 아닌 ‘역분화’를 이용해 성체세포로부터 줄기세포를 생성해낸 것이다. 그리고 이듬해 2007년, 야마나카 교수는 사람의 세포를 역분화시켜 줄기세포를 만들기에 성공해낸다. 세계의 과학자들은 이러한 연구 결과에 끝없는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환호하였다. 줄기세포를 상용화시킬 새로운 가능성의 발견이었다
발견에 그토록 환호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줄기세포의 분화 가능성에 있다. 줄기세포란 무한한 분화 가능성을 가지고, 종류에 따라 무한한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가능성을 가진 세포를 일컫는다. 그 특성 때문에 줄기세포는 질병들을 희귀 질병 의료발전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세포로 촉망받고 있다. 문제가 있는 세포를 대신해 줄기세포를 투입하면, 줄기세포가 분화해 그 세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타가르트병(Stargardt’s Disease)은 유전되는 희귀 질병으로, 망막에 있는 세포의 변이로 인해 시력이 저하되다가 결국 시력을 잃는 무서운 병이다. 하지만 줄기세포를 주입하면 정상적인 망막 세포를 생성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백혈병(Leukemia)에는 줄기세포인 골수의 세포를 이식해 백혈구를 정상수치로 돌려놓는 치료법이 있다.
하지만 줄기세포의 상용화에는 ‘윤리적 문제’라는 커다란 걸림돌이 있다. 가장 많은 분화의 가능성을 지닌 줄기세포는 배아세포로, 배아의 생명권에 관한 윤리적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그래서 역분화 줄기세포는 이러한 윤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상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 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성체의 세포에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를 투입하면 역분화가 일어나고, 그 결과로 성체의 유전정보와 동일한 유전정보를 가진 줄기세포가 만들어지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줄기세포는 ‘유도만능 줄기세포’라 불린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도만능 줄기세포의 상용화에는 더욱 신중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과학저널 네이처에 따르면,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디에고 캠퍼스의 로렌스 골드스타인(Lawrence Goldstein)과 군 즈황(Kun Zhang) 연구팀은 “유도만능 줄기세포가 상당량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암에 관련되어 있다”라고 보고하며 “이러한 돌연변이가 유도만능 줄기세포를 임상에 적용할 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임상에 적용하기에 앞서 보다 신중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2021년, 수많은 연구소들은 유도만능 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 실험을 거치고 있으며, 여러 바이오 회사들은 이 줄기세포를 제품화하는 목표에 있다. 바이오 타임스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티앤알바이오팹은 최근 범부처 재생의료기술개발에 채택됨에 따라 2025년 12월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의 추진에 정부로부터 21억 4,600만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상용화 역분화 줄기세포 은행 구축, 심실 심근세포 생산기술 개발과 심실 심근세포 제품화 연구 등을 수행하게 된다.
역분화 줄기세포의 상용화는 현재의 불치병을 치료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세포치료를 통해, 인간 병사 원인 1위로 손꼽히는 암 치료는 물론, 유전병인 혈우병,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까지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 나아간 역분화 줄기세포의 연구로 개개인의 성체를 역분화시킬 수 있는 기술이 만들어진다면, 세포치료 이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면역반응으로 인한 위험 감수도 없어지게 될 것이다. 또한, 현재 세포치료의 약점인 기증자 존재 여부와 윤리적 문제를 동반하지 않는 치료법으로써 역분화 줄기세포 기술은 인류의 의학 수준과 생명연장을 몇 계단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